아주 어릴 때였나, 새로 즐겨들을 곡을 찾고 싶을 때면 빌보드 올 타임 레전드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또 만들었다. 정말 모든 곡들이 명곡이겠지만, 당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는 곡들에 대한 기준은 명확했다.
발라드는 아니지만 슬픈 노래, 그리고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적 특성이 짙은 노래. 지금의 취향과는 조금 다른, 한창 사춘기 시기였던 중학생 때의 나는 이러한 음악을 좋아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당시 즐겨듣던 이러한 노래들을 잘 즐겨듣지 않는다.
Nickelback 'How You Remind Me'
그럼에도 당시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 중 지금까지도 즐겨듣는 몇 개의 곡들이 있는데, 그중 한 곡이 지금 소개할 니켈백(Nickelback)의 ‘How You Remind Me’이다.
이 곡의 어떠한 점들이 그 시절 한 사춘기 소년의 마음에 그렇게 와닿았을까? 니켈백 음악 특유의 쩌렁쩌렁한 보컬도, 사랑과 후회에 관한 가사에 대한 공감도 한몫했지만, 코러스 파트의 반복되는 마지막 구절이 그렇게도 기억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파트를 ‘yeah’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yet’이다. 이에 들리기에는 ‘yeah’를 반복하는 훅의 느낌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아직’을 뜻하는 ‘yet’을 반복하며 가사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처음 이 부분을 들었을 때는 그저 중독적인 훅이라는 느낌만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미묘한 미완성을 전달하는 장치이자 훅을 완성시키는 숨은 장치인 것이다.
나는 훅이 아무런 의미 없는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감정 전달의 뜻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야말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챙긴, 당시 내가 찾던 곡이었다.
니켈백의 ‘How You Remind Me’가 당시 빌보드 핫 200 차트와 연말 차트 등을 휩쓸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니켈백의 향후 커리어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은 선명하게 나뉜다.
한쪽은 니켈백이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니켈백이 그런지 록을 하면서도 지나치게 대중 친화적인 곡들을 선보인다는 비판과 함께, 이후 발매된 곡들이 비슷한 스타일과 비슷한 감정선을 공유하며 ‘자기복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Nickelback 'Someday'
‘How You Remind Me’와 더불어 초창기 니켈백을 대표하는 곡 ‘Someday’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들은 ‘Someday’가 그저 전작의 성공 공식을 답습한 결과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시도보다는 익숙한 사운드에 기대 얻은 인기라고 평가한다.
반면 다른 한쪽은 니켈백이 과소평가되었다고 한다. 니켈백이 메이저 밴드가 되는 과정에서, ‘How You Remind Me’가 엄청난 메가 히트를 달성하게 되었고, 이에 2000년대 초반 음원 차트를 비롯하여, 라디오, TV 등의 매체에도 너무 자주 등장하게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니켈백과 그들의 음악이 과도하게 소비되면서 오히려 반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석한다.
무엇보다 그런지 록의 특성상 음악 내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니켈백이 추구하던 포스트 그런지 록은 기존 그런지 록에 팝 친화적인 특성을 더한 장르이다. 이에 록 팬들에게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팝 팬들에게는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Nickelback 'Photograph'
‘자기복제’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들은 다른 밴드의 앨범에 비해 비교적 많은 싱글을 발매했는데, 이는 록 팬과 팝 팬을 동시에 포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 결과,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고, 5집의 ‘Far Away’, ‘Photograph’로 팝 음악적으로 성공을, 6집의 ‘Burn It to the Ground’로 록 음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미 북미에서는, 니켈백의 음악이 진부하고 상업적이라는 풍자를 담은 ‘니켈백 밈’이 자리 잡고 있다. 뻔한 사랑 노래를 들으면 “니켈백이네”라고, 새로운 유행에 뒤처지는 무언가를 보면 역시 “니켈백이네”라고 칭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내가 사용하는 음원 플랫폼에서 니켈백 곡의 재생 횟수를 살펴보면, 기본 3억 회 이상 재생은 흔하고, ‘How You Remind Me’ 같은 메가 히트곡은 무려 14억 회에 달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니켈백 음악을 듣고 있다. 그들이 정말 과대평가된 것일까? 어쩌면 살아남은 자가 결국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