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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람스를 처음 만났던 것은 그의 음악보다도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이나 드라마의 제목으로 먼저였던 것 같다. 뭘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문장을 굳이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한 글자씩 짚어 읽지 않아도, 이 질문은 오래 남는다. 브람스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면서도, 저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되면 왠지 특별해질 것 같고. 한 번쯤은 내가 저 질문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상상해보게 된다.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는 브람스를 좋아하는가. 글쎄. 좋아한다, 잘 안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하기에는 아직 멀다. 다만 그의 이름 앞에서는 늘 잠깐 멈추게 된다.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겠어서.


생각해 보면 늘 브람스라고만 불렀지, 그의 이름을 따로 불러본 적은 거의 없었다. 성은 브람스인데 이름은 뭘까, 하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아마 잠깐 멈췄을 것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을 보고서야 나는 그 이름을 천천히 읽어보게 되었다. 요하네스. 이름으로 불러보는 순간, 늘 멀리 있던 작곡가가 조금 가까워진다. 음악사 책 속의 단단한 얼굴보다, 한때 젊었고 누군가를 가까이 두었고 결국은 혼자 오래 남았을 사람 쪽으로 시선이 기운다.

 

 

[공연 포스터]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_0416 윤홍천 Piano.jpg

 

 

그래서 4월 16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윤홍천의 <요하네스> 무대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인터메초 Op.117 세 곡과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주제와 변주’,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이 한자리에 놓인다.


이 구성이 참 좋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듣는 시간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시간을 여러 방향에서 더듬어 보는 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아직 힘껏 앞으로 나아가던 시절의 음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남길 수 있는 음악이 있다.


더 말하고 싶던 때가 있고, 다 지나간 뒤에는 덜 말하게 되는 때가 있다. 젊은 시절의 작품과 말년에 남긴 작품이 함께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그 사이를 상상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그 안을 지나갔을까, 하고.


이 무대는 브람스가 오래 마음에 두고 살았던 사람들과 기억을 따라간다. 말년에 남긴 인터메초 Op.117은 자장가처럼 조용히 시작해서, 삶의 끝에 가까워졌을 때 남길 수 있었던 생각과 체념을 담고 있다.


반면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과의 우정 속에서 나온 두 곡의 변주곡과, 젊은 시절의 패기와 이상이 담긴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은 그의 초기 작품이다. 음악의 출발점이자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 같은 것.


그렇게 서로 다른 시기의 작품이 나란히 놓일 때, 열정으로 가득했던 청년 브람스와 모든 세월이 흐른 뒤 절제된 언어로 자신을 돌아보는 노년의 브람스를 한 자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서 달라지고, 어떤 기억은 지나간 뒤에도 오래 남아 다른 얼굴로 돌아오지 않던가. 그래서 이런 구성이 더 좋다. 한 사람의 처음과 나중을 한 자리에서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나는 세 곡의 인터메초 Op.117 앞에서 오래 머물 것 같다. 말년에 남긴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고, 그것이 젊은 시절의 곡들과 같은 밤 안에서 함께 놓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변주곡과 소나타 사이로 인터메초를 만나게 되면, 그 사이의 시간이 더 또렷하게 떠오를 것 같다.


달라진 점은 뭘까. 그대로 남은 것은 또 뭘까. 한때는 더 힘 있게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떤 얼굴로 남게 되었을까.


아마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듣게 되지 않을까. 곡을 이해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한 사람 안에 놓인 시간의 결을 가만히 따라가 보겠다는 마음으로.


고독을 사랑했으나 끝내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았던 그의 내면도, 그 흐름 속에서 조금은 가까이 보게 될 것 같다.


한 사람의 처음과 나중을 같은 밤에 듣고 나면, 브람스라는 이름도 전과는 다르게 남지 않을까. 늘 그냥 브람스라고만 불렀는데, 그 밤을 지나고 나면 한 번쯤은 요하네스라고 불러보게 될 것 같다.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의 음악도 전처럼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 PROGRAM ■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인터메초 E-flat장조, Op.117/1


피아노를 위한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f-sharp단조, Op.9


피아노를 위한 인터메초 b-flat단조, Op.117/2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 d단조


INTERMISSION


피아노를 위한 인터메초 c-sharp단조, Op.117/3


피아노 소나타 제2번 f-sharp단조, 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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