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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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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23년도에는 춘천 당일치기, 24년도에는 통영 1박 여행, 25년도에는 템플스테이 1박을 다녀오며 점차 확신을 얻었다. 이제 매년 한 번씩은 혼자서 어딘가로 떠나야 직성이 풀리게 되었다.

   

요즘도 또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중 알맞게도 이런 드라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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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경 여행기>는 2023년 Wavve에서 공개된 드라마다. 회차당 25분 내외의 8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긴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매주 토요일 훌쩍 떠나는 여자 '박하경'의 여행기를 담아냈다.


1화에서는 해남 템플스테이를 간 하경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 역시도 템플스테이를 몇 번 다녀본 만큼 1화부터 이미 이 드라마의 분위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조용히 명상을 하고, 심심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나뭇잎 사이로 햇빛을 힐끔거리고, 솔방울 냄새를 맡아보고, 땅끝에 서서 노을을 보는 것. 그러고 '아, 이제 좀 살겠네'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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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화 군산 편과 3화 부산 편은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회차다. 2화에서 하경은 옛 제자의 전시를 찾아간다. 망설임 끝에 다소 괴상한 '으라파 라구라구'를 같이 외쳐주고, 흥얼거리고 몸을 흔드는 마지막 5분 정도에서 이 드라마에 별점 5점을 주게 되리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3화의 장르는 약간의 멜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계속 동선이 겹친 한 남자와 심야 영화를 함께 보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다음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왜인지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어쩌면 다 그런 것이니까.


매화 하나의 테마 아래에서 움직이고 성장하는 하경이 인상적이었다.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이라는 카피처럼, 전국 각지의 고요한 풍경과 음식들 역시 그러한 내용과 잘 어우러졌다. 4화 속초 편의 김부각과 맥주 한 잔, 6화 서울 편의 김치전, 7화 제주 편의 단팥빵, 8화 경주 편의 시금치 김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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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부터 자세한 설명 없이 곧장 시작되고 러닝타임도 짧은 만큼, 관객도 박하경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구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사람. 살다 보면 일이나 돈, 사회적 성취가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결국 그 삶을 결정적으로 지탱하는 건 관계인 것 같다. 가장 사적이고 구차한 관계들 말이다.


하경은 사라지고 싶어질 때마다 떠나지만, 그곳에서도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주고받고 돌아오곤 한다. 하경 역의 이나영을 중심으로 선우정아, 한예리, 구교환, 조현철, 심은경 등 캐스팅에서부터 이 드라마의 반짝임이 느껴지지 않는가.


가족, 친구처럼 오래 보는 인연도 소중하지만, 순간순간 스치는 인연들도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갔다가 처음 본 사람과 웃으며 말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 다시 볼 가능성은 낮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기억. 그때그때 누군가와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의 가치를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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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마지막에는 이런 나레이션이 나온다. 여행은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간혹 어떤 순간을 실감하는 게 다라고. 그래서 즐겁다고.


나도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걸 해보는 자체가 좋다. 너무 맛있다거나, 아름답다, 편안하다, 신난다, 혹은 슬프다, 그립다. 그런 순간들,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행을 즐기다 보면, 일상도 여행하듯이 살게 된다고 믿는다. 안 해본 걸 살짝 해보고, 사소한 발견에도 즐거워하고, 일이 틀어져도 추억이지 웃어넘기며.


나는 이런 걸 사랑하기 위한 사람이고,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느껴지는 작품이 종종 있는데, <박하경 여행기>가 오랜만의 그런 작품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가슴 뛰게 좋은 무언가가 줄어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아직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여전히 세상엔 발견할 기쁨들이 많으니까. 내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아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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