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의 〈vampirehollie〉는 단순한 수록곡이 아니다. 이 곡은 한 '사람'이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만들었던 작은 공간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기록한 노래다. 그리고 동시에, 그 상처를 끝내 음악으로 정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로제의 인스타그램 비밀계정 사건은 ‘논란’이라는 말로 축소되기에는 분명한 폭력을 내포한 일이었다. 대중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을 편히 드러낼 수 있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설한 계정은 일부 사생팬들에 의해 결국 발견되었고, 그 과정에서 로제의 사생활은 무차별적으로 들춰지고 큰 두려움을 남겼다.
그 계정은 공격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고, 해명을 위한 채널도 아니었다. 그저 연예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였다. 하지만 그 거리마저 허락되지 않았을 때, 로제는 또 한 번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이 되었다.

〈vampirehollie〉라는 제목은 무언가의 상징이 아닌 사실 기반이다.
이 곡의 제목은 실제 로제가 사용하던 비밀계정의 아이디였고, 그 자체로 사건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래 속 가사는 사생팬과 악플러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격적인 언어보다는, 상처받았다는 사실과 그 상처를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가 중심에 놓인 가사를 사용했다.
이 곡에서 로제는 자신을 피해자로 소비되게 두지 않는다. 대신 “나는 분명히 아팠고, 여전히 회복 중이다”라는 지난날과 현재의 상태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 솔직함은 오히려 듣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가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있고, 그들에게 얼마나 크고 깊은 두려움을 새길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vampirehollie〉가 다루는 상처는 단지 몇 개의 댓글이나 호기심 어린 접근이라는 범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생팬과 악플러의 공통점은,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랑’, '재미'라고 예쁘게 포장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선을 넘는다는 점이다.
로제는 이 곡에서 그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남긴 흔적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선택은 성숙해 보이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다.
상처받은 사람이 끝내 더 조심스러운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진정 옳다고 생각하는가?

〈vampirehollie〉는 로제의 한정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히든 트랙이다. 공식적인 무대나 대중적 홍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선택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없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 개입된다. 아무리 음악으로 승화했다 하더라도, 그 사건과 감정은 여전히 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곡을 모두에게 반복적으로 소비되길 바라는 노래로 두지 않고, 조용히 새겨두는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닐까.
기억하되, 다시 상처받지는 않기 위해.
노래로는 남기되, 매번 불려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vampirehollie〉는 로제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상처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이 곡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동정을 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게 이런 일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지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우리에게 더 진하게 남는다.
화려한 트랙리스트 속이 아닌, 그 상처를 본 사람의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