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로제의 〈vampirehollie〉는 단순한 수록곡이 아니다. 이 곡은 한 '사람'이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만들었던 작은 공간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기록한 노래다. 그리고 동시에, 그 상처를 끝내 음악으로 정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로제의 인스타그램 비밀계정 사건은 ‘논란’이라는 말로 축소되기에는 분명한 폭력을 내포한 일이었다. 대중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을 편히 드러낼 수 있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개설한 계정은 일부 사생팬들에 의해 결국 발견되었고, 그 과정에서 로제의 사생활은 무차별적으로 들춰지고 큰 두려움을 남겼다.

 

그 계정은 공격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고, 해명을 위한 채널도 아니었다. 그저 연예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였다. 하지만 그 거리마저 허락되지 않았을 때, 로제는 또 한 번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이 되었다.

 

 

15689797_1598836_854.jpg

 

 

〈vampirehollie〉라는 제목은 무언가의 상징이 아닌 사실 기반이다.

 

이 곡의 제목은 실제 로제가 사용하던 비밀계정의 아이디였고, 그 자체로 사건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래 속 가사는 사생팬과 악플러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격적인 언어보다는, 상처받았다는 사실과 그 상처를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가 중심에 놓인 가사를 사용했다.

 

이 곡에서 로제는 자신을 피해자로 소비되게 두지 않는다. 대신 “나는 분명히 아팠고, 여전히 회복 중이다”라는 지난날과 현재의 상태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 솔직함은 오히려 듣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가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있고, 그들에게 얼마나 크고 깊은 두려움을 새길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vampirehollie〉가 다루는 상처는 단지 몇 개의 댓글이나 호기심 어린 접근이라는 범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생팬과 악플러의 공통점은,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랑’, '재미'라고 예쁘게 포장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선을 넘는다는 점이다.

 

로제는 이 곡에서 그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남긴 흔적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선택은 성숙해 보이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다.

 

상처받은 사람이 끝내 더 조심스러운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진정 옳다고 생각하는가?

 

 

style_693677241fbaa-1071x1400.jpg

 

 

〈vampirehollie〉는 로제의 한정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히든 트랙이다. 공식적인 무대나 대중적 홍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선택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없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 개입된다. 아무리 음악으로 승화했다 하더라도, 그 사건과 감정은 여전히 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곡을 모두에게 반복적으로 소비되길 바라는 노래로 두지 않고, 조용히 새겨두는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닐까.


기억하되, 다시 상처받지는 않기 위해.

 

노래로는 남기되, 매번 불려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style_69367717ac98a-1018x1400.jpg



〈vampirehollie〉는 로제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상처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이 곡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동정을 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게 이런 일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지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우리에게 더 진하게 남는다.

 

화려한 트랙리스트 속이 아닌, 그 상처를 본 사람의 마음속에.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