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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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 꿈은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사촌오빠는 “작가는 돈 못 벌어”라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화를 냈다. 작가도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내가 씩씩대며 억울해하든 말든 오빠는 태연했다. 그게 현실인데 어쩌겠냐는 듯. 당시 오빠는 대학생이었고, 나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2학년쯤 되는 꼬맹이였다.

 

그렇게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꼬맹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글을 좋아한다. 그럼 여전히 작가를 꿈꾸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답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누군가 진로를 물어보면 더는 작가라고 답하지 못한다. 그랬다간 경제적 여유가 넘치는 집이냐는 눈빛이 돌아오거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자 취급을 당하기 쉬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너무 비약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미 아홉 살 때부터 저런 이야기를 들어오지 않았던가? 고등학생 때까지 소설가라는 꿈을 유지한 게 오히려 더 대단할 지경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는 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이 많이 팔릴 수 있을까? 출판사와의 컨택이나 해외 번역은 어떻게 하는 걸까? 임승수 작가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그렇게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질문들을 해결해준다.

 

 

 

좋은 글을 위하여


 

임승수 작가는 “좋은 글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글”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이야 취미로,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스스로만 만족스러우면 될 일이지만 독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경제적인 수입을 얻기를 바란다면 지금과는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책의 2장 <책이 되는 글쓰기>는 현실적인 조언을 얻기에 적합한 기회였다.

 

물론 ‘임승수 작가가 쓰는 글’과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엄밀히 따지자면 차이가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교양서나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독자의 심리를 고려할 것,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할 것,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심상을 활용할 것, 관점의 전환을 모색하여 특별한 개성을 만들 것, 글쓰기에 앞서 체계와 구성을 잡을 것, 가독성을 높일 것.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취향과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글’이라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다.

 

작가는 이처럼 좋은 글이 필요로 하는 조건들을 적절한 예시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예시는 시와 소설 같은 문학도 있고, 교양서나 에세이, 심지어 자기소개서도 있다. 그 모든 것이 글이다. 우리는 글과 함께 살아간다. “세상에 태어나 꼭 한번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출판을 위한 여정


 

하지만 글과 책은 다르다. 출판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더 험난하다. 출판기획서를 작성하고, 투고하고, 고배를 마시고, 다시 투고하고, 또 거절 메일을 받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출판을 함께하게 될 회사를 만나면 거듭되는 수정과 의논을 거친다. 여기서부터는 작가의 실력만큼이나 편집자의 역량도 중요하다. 임승수 작가는 이와 관련하여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의 목차를 정하는 과정에서 편집자에게 받은 조언을 설명한다. 메일을 받은 이후 세련한 목차를 확인해보면 확실히 흥미가 생긴다.

 

목차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목을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서 책의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게 제목까지 정해 출간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필요하다. 해외 번역 출간을 계획한다면 전문 번역가를 통해 번역 원고를 작성하여 해외 출판사에 투고하거나 출판 대리인, 혹은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작가는 이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제시하며 출판 과정을 설명하고 고려할 만한 사안들을 짚어준다.

 

그리고 이렇게 출판된 책은 작가와 독자를 잇는다. 대부분의 책은 천지를 개벽하게 하지는 못하여도 오래 그 자리에 남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사람으로부터 와서 사람의 삶에 조심스럽게 쌓여간다.

 

 

 

글을 사랑하는 방법


 

글은 언어다. 그리고 언어는 흔히 ‘인문학’, 즉 사람에 대한 학문으로 분류된다. 그렇기에 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쪽이든 쓰는 쪽이든, 독자이든 작가이든, 우리는 글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책은 일종의 사회적 교량으로서 삶을 공유하는 매개가 되어준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다시 책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게 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시간과 독자의 시간이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아직은 독자로서,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나의 시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대학에 입학한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저학년이잖아. 뭐든 일단 해봐. 그게 다 경험이야.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할 수 있을 때 해봐야 해.” 무엇이든 해보라니, 참 간단한 말이다. 실천하기는 이렇게 어려운데 말이다. 하지만 통학을 그만두면서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생기자 정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활동들을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내가 알던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것을 체감했다.

 

서툴게 쌓아가는 지금의 시간들이 언젠가 글을 위한 작은 촉매가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것이 글을 쓰는 주체인 나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가의 말대로 “글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올 테니까. 어려운 여정일지 몰라도 그것이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글을 사랑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이 책이 되는 날을 고대하며, 임승수 작가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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