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현시대의 K-POP은 마치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는 것과 같다.

 

오늘날 K-POP은 완벽한 이미지 산업 통해 경쟁을 벌이며 음악성보다는 가장 화려한 패션,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선보이는지에 중점을 둔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보여지는 이미지에 집착한다.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의 원취지에 어긋나게 점차 누가 더 정교하게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는지를 과시하며 자신의 일상을 마치 상품처럼 진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K-POP은 전 세계 대중문화 중 가장 시각적으로 예민하고 체계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박소은은 그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미디어가 만든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의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박소은의 세 번째 EP.는 단순한 음악 앨범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 그리고 ‘진짜 나’와 ‘연출된 나’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자아의 초상이며 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A급 콘텐츠’에 대한 반발이자, 그 틈새에서 여전히 불완전하게 숨 쉬는 날것의 감정, 진짜 나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박소은은 자신을 미디어 속 캐릭터로 설정하고, 그 프레임 안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완벽함을 추구하고 자신을 억압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그 내면을 안아주는 박소은의 세번째 EP에 대해 알아보자.

 

 

 

B급이라는 이름의 선언 :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세계

 

EP 이미지_3-2.jpg

 

 

박소은의 3번째 EP는 총 6가지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고월드’, ‘자율주행’ 등과 같은 제목 속에서 박소은은 이질감으로 가득 찬 세상을 또렷하게 응시하고 이를 노래한다. 음악에서 ‘B급’은 낮은 수준이 아닌 오히려 ‘가짜 같은 완벽함’에 대한 반항을 의미한다. K-POP이 완벽하고 꾸며진 모습으로 사랑받는 동안, 박소은은 거칠고 불안한 감정의 조각들을 내보이며 ‘보여지지 않는 내면의 진심’을 드러낸다. 그녀가 구축한 세계는 비록 화려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 어느 것보다 솔직하다. 마치 형형색색의 필터를 끼고 있는 세상에서 흑백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모습처럼 박소은의 목소리와 가사는 꾸미지 않은 진짜 나를 찾아낸다.

 

앞서 말했듯 오늘날의 K-POP은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 산업으로 무대 위의 아이돌은 브랜드의 가치를 지닌다. 각종 콘셉트 포토, 뮤직비디오, SNS 콘텐츠가 하나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결국 아이돌의 브랜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박소은은 바로 그 완벽함의 서사에 균열을 낸다. 박소은은 자기 스스로를 B급이라고 칭하며, 완벽하지 않음 속에서 오히려 감정의 진정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곡 곳곳에서 등장하는 불안정한 호흡, 약간 거친 음색, 그리고 의도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가사들은 이러한 아티스트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통제된 세상에서 깨어나기

 

 

 

앨범 속에 수록된 <자율주행>이라는 곡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이 마주한 자기 의지의 실종을 그린다. “나는 나에게 끌려다니고 있어.”라는 가사는 기계가 가는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내면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길은 이미 정해져 있고, 자신은 이미 예정된 트랙 위를 도는 자율주행 자동차 같다는 박소은의 자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자율주행〉은 스스로 조종하고 있다고 믿는 현대인의 착각을 섬세하게 흔들며 익숙함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처럼 들린다. 자율과 통제의 경계에서, 노래는 익숙하게 흘러가는 일상들과 그 안에서 무너져가는 내면의 균열을 그린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체념의 끝에서 문득 맞이하는 ‘자각’의 순간에 있다. “어쩌면 가짜는 내가 아닐까”라는 가사는 외부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짜 내면을 마주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저항처럼 들린다. 세상은 가끔 우리를 남겨둔 채 숨 막히게 흘러가고, 감정조차 포장되는 이 시대 속에서 박소은은 화려한 이미지 대신 불완전한 감정을 드러내는 길을 택한다. 그녀의 노래는 결국 질문으로 남는다. “나는 정말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게 맞나?” 〈자율주행〉은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깨어남이 울려 퍼진다.

 

 

 

완벽함을 넘어

 

박소은의 〈B급 미디어〉는 현대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자 자아 선언문이다. 불완전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미디어 속에서 스스로를 자각하는 용기. 그 두 가지가 바로 박소은이 이 앨범을 통해 세상에 던진 가장 진심 어린 메시지다. 그녀의 음악은 세련된 화려함보다, 유치하고 불완전하더라도 솔직한 감정의 가치를 말한다. 결국 박소은의 ‘B급’은 A급이 되지 못한 실패작이 아니라, 진짜를 되찾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태도이다.

 

어쩌면 무너질 줄 아는 용기가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 그 용기에 나는 한걸음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