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매년 그 수상자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노벨문학상이지만, 개중에서도 2016년의 논쟁은 유독 남다른 편이었다. 문학가보다는 음악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었던 밥 딜런이 영예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내지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을 제쳐 두고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을 쥐어 주는 것이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기는 했으나, 적어도 그의 가사가 충분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음악도 문학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떤 음악의 가사들은 종종 문학의 그것과 비견되는, 혹은 그 이상의 뜨거운 울림이나 감동을 선사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들로 구성된 하나의 앨범은 어쩌면 한 권의 책으로 비유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듣는다’ 대신 ‘읽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는, 그러한 앨범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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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결국 진실된 감정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적의 [나무로 만든 노래]에는 장황한 미사여구도, 복잡한 환유도 없다. 앨범이 재생되는 내내 진솔하면서도 담백한 가사들이 고스란히 귓속으로 흘러들 뿐이다.

 

‘내가 말한 적 없나요’, ‘같이 걸을까’와 같은 트랙들이 구어체가 지닌 매력을 한껏 활용함으로써 보다 세밀한 형태의 감정선을 전달하는 한편,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 ‘소년’과 같은 트랙들은 직관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방식의 비유를 통해 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시각화된 이미지의 연상을 유도하여 한층 깊이 있는 수준의 감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윽고 모든 트랙의 재생이 끝나고 침묵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그의 가사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비로소 확신하게 된다. 손으로 직접 어루만질 수 있는 책과 달리 명확한 실체가 없을지언정 이 노래들은 분명히 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정밀아 [청파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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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만 가는 일상에 지쳐 버린 한 청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회한이 서리고 만 한 어른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좌절하는 소시민의 격정일 수도,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우리네 삶이 지닌 행복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마는 어떤 선지자의 깨달음일 수도 있다.

 

정밀아의 [청파소나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된 앨범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더없이 보편적인 형태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온갖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고 당연한 가치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에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일까.

 

열 개의 트랙 위에 펼쳐져 있는 저마다의 단상은 모두 결과적으로 생동하는 ‘오늘’의 삶을, 나아가 사람들은 그러한 ‘오늘’을 거침으로써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대한 인생론을 그리고 있다. 이토록 진하고 선명한 무던함을 어찌 예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엘비 [독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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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 것만큼 간단하면서도 힘겨운 일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제법 근사한 표현들을 늘어놓으며 다소간 그럴듯해 보이는 ‘나’를 소개하는 일이야 그다지 어려울 것 없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본인의 치부를 스스로 내보이거나 오랜 흉금을 토로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내면의 지질함을 겉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주저하게 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한심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예술적 행위로 승화하는 이들이야말로 때로는 열렬한 박수갈채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인간 본연의 나약함에 대한 고백은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그렇게 탄생한 공감은 이내 거대한 위로의 물결로 번지기 때문이리라. [독립음악]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바로 ‘열등감’이다.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나 본인보다 먼저 커다란 성공을 거둔 동료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위축되어버린 본인의 심리를 면밀히 관찰한 최엘비는 자신의 아픔을 가사의 형태로 기록하고,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을 괴롭히던 번민의 끝자락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일순간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인생 찬가’와 같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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