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습하던 2025년의 여름, 휴가와 바다를 떠올리면 저절로 생각나는 사진작가 ‘요시고’의 두 번째 전시가 6월부터 계속되었다.
지난 2021년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으로 60만 명의 관람객을 매료시켰던 휴일 대표 작가 요시고는 4년 만에 새로운 작품들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전 세계가 멈췄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보다 회화적이고, 역동적인 신작 300여 점 속에는 스페인, 미국, 일본 그리고 서울의 모습까지 담겨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 전시 막바지인 11월이 돼서야 그의 사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런 때를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 한산한 분위기의 전시장 덕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눈에 오래 담을 수 있었다. 차가운 계절 속에서 마주한 요시고의 뜨거운 여름 사진들은 마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호주의 겨울을 보는 듯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중해의 빛은 뭔가 특별한 색이 있는 것 같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바다의 풍경들은 푸르다 못해 시린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었다. 바다 풍경을 빤히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휴가철 바닷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특히 사진을 배경으로 한 투명창 너머로 있는 관람객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바닷속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챕터가 지나 갈수록 요시고의 시선이 물체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챕터 1인 ’Holiday memories’의 풍경들이 가장 먼 곳에서의 시선이 담겨 기존에 우리가 알던 요시고의 사진 특성을 가장 많이 띠고 있는 듯했다.
투명 유리를 활용한 전시 구조도 인상 깊었는데 전시장을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투명 유리에 건너편 관객이 비치고 이에 에메랄드빛 바닥 색과 함께 더해져 해안가에 빛이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챕터 2는 상반된 느낌의 전시장이었는데 물에 뛰어드는 사진을 시작으로 아예 깊은 심해에서 물에 떠다니며 사진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동적인 자세와 그에 대비되는 정적인 시선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듯했다.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섹션을 꼽으라면 세 번째 챕터인데 요시고가 크루즈 안에서 하루 12~14킬로를 걸으며 찍은 작품들이었다. 튜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구조의 입구 끝에는 챕터 제목인 ‘OF THE SEAS’가 빼꼼 적혀있어 궁금증을 자아냈고 원 속을 통과하면 튜브 모양으로 된 비비드 한 색감의 전시장이 사진의 활기 참을 더욱 극대화해주고 있다.
역동적이고 즐거운 표정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뒤를 돌면 크루즈에서 바다를 보는 느낌일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더운 나라로 휴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챕터 4부터 7까지는 요시고의 시선으로 담아낸 도시들이 있었다. 순서대로 도쿄, 서울, 뉴욕, 미국이었는데 각 도시의 큰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어 흥미로웠다. 도시 사진들은 유난히 클로즈업 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전시장 전체를 각 도시처럼 배치하여 사진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이게 한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챕터는 뉴욕이었는데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빨간 포인트의 조명과 뉴욕 거리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앰비언트 사운드로 틀어놓은 장치가 마치 뉴욕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 찍은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 처음에는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색감들이 이게 한국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시고만의 해석으로 바라본 서울은 어딘가 80년대 한국의 느낌을 많이 띠고 있는 색감처럼 보이는 게 인상 깊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하늘 끝까지 솟아오를 것 같은 열기구 사진들로 전시는 마무리되었다. 요시고가 바라본 여유와 분주함, 화려함과 소소함이 돋보이는 일상 속의 모습들이 인상 깊게 남은 전시였다.
'끝나지 않은 여행'이라는 제목처럼 앞으로의 요시고의 또 다른 여행기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요시고 사진전: 끝나지 않은 여행>은 2026년 3월까지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에서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