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 있는 선곡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추천 곡에 깃든 개인의 기억을 떠올리며 음악을 들으면, 단순히 음악만 들을 때보다 더 짙은 감정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는 단순히 특정 장르 안에서의 경쟁보다는 발라드를 듣는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초점을 둔다. 그들이 음악을 왜 듣는지, 수많은 장르 가운데 왜 하필 [발라드]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답하는 순간, 심사위원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힌다.
특정 노래 한 곡에 스며있는 어떤 이의 사연은 가사 한 구절이 청자의 귀를 스칠 때 더 깊은 울림으로 번지고, 이내 잊고 지내던 과거의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는 옛 추억이 남긴 감정을 부르는 무대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며, 발라드가 우리들의 추억이자 삶인 이유인 것이다.
김광석 44년 후배 이지훈의 이야기
'김광석 44년 후배'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참가자 이지훈은 가수 김광석의 모교를 따라 갈 정도로 김광석을 좋아하는 17세 소년이다.
그는 해외 출장 중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성인이 되기 전부터 혼자 사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선곡한 짙은의 <해바라기>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있는 자신의 모습과 닮은 해바라기에서 얻은 잔잔한 위로가 담겨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국 음악의 클래식한 울림과 절절함이 스며있다. 요즘 같은 스트리밍 시대에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라디오 음질이 가미된 음성을 가진 듯하다.
이는 단순히 김광석을 좋아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아닌, 오로지 그의 음성으로만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자극이었다.
SNS 600만뷰 주인공 최은빈의 숨겨진 이야기
유튜브 채널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에 출연해 600만뷰의 조회수를 얻은 참가자 최은빈은, 당시 대형기획사와 여러 TV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엄청난 조회수를 이끈 영상 하나에 달린 외모 지적에 관한 댓글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그러한 슬럼프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다시 무대 위에 선 이유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작은 바람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노래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그녀가 선곡한 부활의 Never Ending Story에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앞으로의 도전을 바라보는 20대 청춘의 간절함이 묻어있다. 가사도 가사지만, 노래 속에 담긴 감정을 모두와 나누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노래를 부르기 전부터 눈시울을 붉힌 그녀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애써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쏟아내듯 울음을 터트렸고,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들 또한 눈물을 훔쳤다.
먼저 떠난 친구에게 전하는 19세 정지웅의 진심
발라드를 못 부른다고 스스로 생각해 오던 찰나에 자신의 노래를 듣고 눈물 흘리는 친구의 모습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가수를 꿈꾸게 된 소년. 오디션 직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선곡했다.
한음 한음에 진심을 담은 게 보이는 그의 노래는 마치 그 친구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싱거우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부른 마지막 한 소절에 30표 이상의 몰표를 받은 정지웅의 무대는 훗날 위 영상을 보게 될 어떤 이에게 진심 어린 위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