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추억
추억의 힘은 강하다. 아름다운 추억, 기쁜 추억, 가슴 시린 추억, 아련하고도 슬픈 추억. 추억은 기억이 되어 마음에 새겨지고 잊힐 때쯤 떠올라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그 옛날. 그때 그 시절. 그때의 우리.
사랑의 추억이면 어떨까?
사랑했던 기억. 사랑했던 시절. 사랑에 가슴 떨리던 시간.
그 사랑이 어린 시절의 풋사랑이라면?
황순원 집필의 ‘소나기’가 떠오른다.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어느 가을날 한 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게 끝나버린 소년과 소녀의 안타깝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
우리네 사랑의 감성이 미국 밴드 음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을까?
여기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LANY – Anything 4 U
이 노래는 ‘Anything 4 U’라는 제목처럼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절실한 사랑 —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친구에게 느끼는 깊은 사랑과 헌신이 담긴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친구를 위로하고 그 곁을 지켜주면서, 자신이 친구에게 이미 익숙한 존재가 되어 눈에 띄지 않는 것까지도 알고 있으면서도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숨기지 않고 고백한다.
자신의 몸과 영혼을 바꿀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달에도 갈 수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너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세 번 반복하며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다짐하며 고백하고 있다.
짝사랑의 노래가 이토록 달콤한 이유는 뭘까?
아메리카노처럼 씁쓸할 것만 같은 짝사랑이 캐러멜 마키아토처럼 달달한 이유는 어째서일까? 추억의 달콤함이 쓰디쓴 짝사랑마저 녹여낸 것은 아닐까?
상대방을 향한 화자의 따듯한 시선과 관심이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마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만들어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달콤한 설탕 시럽처럼 말이다. 아직 사랑의 결말을 알 수 없다는 점도 한몫하겠다.
LANY – Los Angeles에서 New York까지
LANY는 미국의 인디 팝 밴드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출신 남성 3명 Paul Jason Klein, Jake Clifford Goss, Charles Leslie Priest가 2014년 결성하였다. 2022년 Charles Leslie Priest가 탈퇴하면서 2인조 밴드가 되었다.
밴드명 "LANY"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약자를 따 지었다 - 로스앤젤레스부터 뉴욕까지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이라고 한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강한 베이스 사운드의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Anything 4 U’는 2020년 10월 2일에 발매된 LANY의 3집 앨범 Mama’s Boy 11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
3집 앨범 Mama’s Boy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참된 사랑의 의미를 LANY만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밴드 특유의 풍부한 낭만성과 한결 무르익은 음악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
One that I'm incredibly proud of is 'Anything 4 U’
Bandwagon은 LANY의 Paul Klein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의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andwagon: Mama’s Boy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Paul Klein: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우리 앨범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정말 자주 들어요. 싱글은 아니지만 제가 정말 자부심을 느끼는 곡은 ‘Anything 4 U’ 예요. 녹음할 때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주했는지가 들릴 거예요. 듣기 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곡이죠. 정말 달콤한 러브송인데, 이렇게 순수한 사랑 노래를 쓴 건 꽤 오랜만이에요. Mama’s Boy가 더 흥미로운 이유도 그거예요 — 이번 앨범은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어요. 슬픈 노래는 거의 없어요. 올해는 슬픔이 이미 충분했잖아요. 이건 그냥 따뜻하고, 기분 좋은 바이브의 앨범이에요. 들을수록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해요.
Bandwagon: 지금까지의 LANY 노래들을 보면 굉장히 솔직하고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그렇게 개인적인 감정을 수백만 명이 듣는다는 게 두렵지는 않나요?
Paul Klein: 그렇죠. Malibu Nights를 만들던 시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경험, 내 인생, 내 감정 — 좋든 나쁘든 — 이 모든 게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는구나, 하고요. 마치 내 이별이 사람들의 ‘엔터테인먼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죠.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게 됐어요. 사실 저는 노래를 쓰는 걸 정말 사랑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좋은 노래가 내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노래든 뭐든, 그런 곡들은 내 삶에 큰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노래를 쓰고 싶어요 —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고 따뜻한 영향을 주는 노래. 그게 내가 음악을 만드는 이유예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노래는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진심으로 드러났는가에 달려 있어요. 나는 절대 평범하거나 대충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내 모든 걸 솔직하게 쏟아내요. 그게 전부예요.
노래를 쓰는 걸 정말 사랑해서,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고 따뜻한 영향을 주는 노래를 쓰고 싶은 자신의 마음이 음악을 만드는 이유라는 Paul Klein의 인터뷰.
노래가 아니고서도 그의 말은 글을 쓰는 나에게 또 하나의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나는 Paul이 노래를 쓰는 걸 사랑하는 만큼 글을 쓰는 걸 정말 사랑할까?
나도 그처럼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곧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인 마음이 공개된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사실조차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적 단단함이 있기를.
좋은 글 또한 좋은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좋은 글도 글 쓰는 이가 얼마나 솔직하고 진심을 담아 썼는가에 달려 있다. 나도 그처럼 평범하고 대충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그냥 나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쏟아내려 한다. 그게 전부라는 Paul의 말처럼.
Happy Ending or Sad Ending?
LANY의 Paul Klein은 “Anything 4 U” 가 본인의 작업물 중 가장 달콤한 노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 노래는 결실을 맺지 못한 어릴 적 사랑에 관한 것이며,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에 빠졌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것이다. 다른 술집에도 가지 않고 팔의 문신을 지워버린다는 가사는 폴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한다.
“이 곡은 앨범에서 가장 달콤한 노래 중 하나이고, 어쩌면 우리 전체 음악 활동 내에서도 가장 달콤한 곡 중 하나일 거예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 풋풋한 사랑, 그러니까 가장 친한 친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스스로 평가하자면, 이 곡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노래 중 가장 자연스럽게 연주한 것 같아요. ‘다시는 다른 술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팔에 있는 문신들을 지워버릴 거야’라는 가사는 앨범 전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예요.”
Paul Klein은 이 노래가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hadn't come to fruition yet)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이며, "가장 친한 친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곡의 이야기는 '고백 직전의 순간' 또는 '고백을 다짐하는 순간'에 멈춰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결말은 열린 결말에 가깝다.
"I'm somethin' so familiar / That you don't even notice. / The way I wanna love ya. / It's time that you should know this, know this."
나는 너무 익숙해서 네가 눈치채지 못하는 존재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싶다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아야 해.
노래는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후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노래의 마지막 부분 역시 화자의 헌신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끝난다.
이 곡은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랑을 이제는 고백하려 하거나 이미 고백했으나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결실을 맺기 직전의 열린 결말'에 더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노래는 "고백 직전의 설렘과 다짐"에 집중한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행복한 사랑의 결말이 되기를 바라며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던 로맨스 영화 ‘러브, 로지’를 떠올리게 하는 LANY – ‘Anything 4 U’.
선연한 가을, 붉게 물든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어린 시절의 풋풋했던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에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