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한때 기억은 눈을 감으면 다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풍경은 조금 흐릿했지만, 그 안에는 공기의 온도와 빛의 방향, 누군가의 웃음소리까지도 남아 있었다. 손끝에는 오래전 잡았던 손의 온기가 느껴졌고, 귀에는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의 잔향이 가만히 울렸다. 그 모든 것은 사진 한 장 없이도 선명했다.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 그것들이 고요히 머물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기억이 스스로 빛 바래고, 여운이 시간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옅어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겼다. 그 시절의 기억은 그렇게, 흘러가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억은 다르다. 이제 기억은 마음 속에만 남지 않는다.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기억을 ‘보관’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만든다’. 손끝은 화면을 스치며 순간을 저장하고, 렌즈는 감정을 증명하듯 빛을 포획한다. 종이 위에는 마음의 조각이 활자처럼 눌러 찍힌다. 이제 기억은 눈을 감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손에 쥐고, 펼치고,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감정은 점점 더 물질적인 무게를 얻고, 기억은 삶의 표면 위로 조용히 부유한다.

 

기억은 이제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물질적인 사물'로 존재한다.

 

 

 

1. 한 장의 사진, 한 조각의 감정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예전보다 조금 더 느리다. 이제 여운은 스크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비 한쪽, 포토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영화 전용 이벤트 프레임, 전시 한정 디자인, 좋아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인쇄된 포토존까지 — 감상은 곧 ‘찍는 행위’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감정을 하나의 물질로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기억은 더 이상 머릿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빛의 각도, 프레임의 색, 인쇄된 문구 — 모든 요소가 감정의 물리적 증거가 된다. 영화의 여운은 인화지 위에 고정되고, 전시의 감동은 휴대폰 앨범 속 폴더 이름으로 남는다. 그것은 감상이라기보다 ‘제작’에 가까운 행위다. 우리는 느낀 것을 남기기 위해, 감정을 디자인한다.

 

이런 흐름은 최근의 문화 현장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의〈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 팝업스토어에서 관람객들은 각기 다른 컨셉의 포토존 앞을 걸으며 멈춘다. 초록빛 조명이 깔린 무대 세트, 뮤지컬 속 캐릭터를 재현한 소품, 장면을 상징하는 배경 패널 — 하나하나가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몸짓은 곧 작품의 장면 속으로 녹아든다. 때로는 친구와 함께, 때로는 혼자, 각 포토존은 순간의 감정과 경험을 사진이라는 물질적 흔적로 바꿔 준다. 관람객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배경과 소품이 어우러지며, 한 장의 사진 속에 뮤지컬의 세계관과 자신의 감상이 동시에 기록된다. 사람들은 이제 관람객이자, 동시에 기억의 제작자다.


 

Culture Now | 위키드: 포 굿 (Wicked: For Good) 팝업 전시

 

스크린샷 2025-11-10 044819.png

 

※ 기간: 2025년 10월 31일(금) ~ 11월 26일(수) 

※ 운영장소: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 맥도날드 맞은편(스타필드 코엑스몰, 삼성역 6번출구 앞) 

※ 운영시간: 10:30 ~ 22:00 (입장마감 21:45) 

※ 사전예약 오픈

- 1차 10월 23일(목) 오전 10시

- 2차 11월 6일(목) 오전 10시

 

 

결국 우리는 감상을 ‘보관’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상을 ‘형태'로 남긴다. 그 형태가 바로 오늘날의 기억, 즉 하나의 ‘물질로서의 감정’이다. 디지털 이미지가 무한히 쏟아지는 시대에, 한정된 프레임 속 한 장의 사진은 오히려 ‘유일한 장면’이 된다. ‘포토그레이’, ‘인생네컷’, ‘포토이즘’ 같은 셀프 포토 부스들도 그 흐름을 반영한다. 사진은 더 이상 기록의 결과가 아니라, 감상의 완성이다. 렌즈 앞에서 우리는 다시 감정의 주인이 되고, 그렇게 한 장의 프레임 속에서 예술은 다시 우리 삶으로 환원된다.

 

 


2. 한 점의 사물, 한 켠의 기억


 

전시를 나선 관람객은 단순히 공간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에 남은 여운을 손에 쥐고 싶은 충동과 마주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숍에서 판매되는 MU:DS(뮷즈) 브랜드 상품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전시와 유물에서 느낀 감정을 물질로 구현한 경험이다. 청자 문양이 새겨진 노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자개 소반 스타일의 스마트폰 거치대 등 디자인부터 질감, 소재까지 전시의 정취를 담았다. 관람객은 손끝으로 굿즈를 만지며, 전시실에서 마주한 장면과 감정을 다시 떠올린다.

 

MU:DS(뮷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자체 개발한 굿즈 브랜드로, 전통문화와 현대 디자인을 접목한 상품을 선보인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관람객이 느낀 감정의 모양을 선택하고 소유할 수 있는 ‘기억의 조각’으로서 설계되어 있다. 최근에는 K-Pop Demon Hunters 등 대중문화 요소와 연계된 상품도 출시되며, 전통과 현대, 전시와 팬덤 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Culture Now | 국립중앙박물관 MU:DS(뮷즈) 브랜드의 대표 인기 굿즈


1.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ver3(83호)_국립중앙박물관 특화상품

 

스크린샷 2025-11-10 045334.png

 

※ 판매가격: 65,000원

※ 상품구성: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1개, 설명 포토 카드 4장(한, 영, 일, 중 설명 기재되어있음), 패키지

※ 상품소재: 폴리우레탄 레진

※ 상품무게: 510g

※ 상품크기

- 상품: 65*84*155 mm

- 패키지: 110*110*210mm

 

2. 까치 호랑이 배지_2024 뮷즈 공모 선정작

 

스크린샷 2025-11-10 045428.png

 

※ 판매가격: 14,900원

※ 상품구성: 배지 1개, 패키지

※ 상품소재: 황동, 니켈 도금 후 도색

※ 상품크기

- 상품: 33*28*1.5 mm

- 패키지: 57*92*10mm

 

3. 고려청자의 전통 문양을 적용한 문구/사무용품

 

스크린샷 2025-11-10 045646.png

 

※ 특징: 실사용과 기념 양쪽 모두에 적합한 상품군으로 구성됨

※ 주요 상품 종류 및 가격

- 고려청자 메모지: 6,000원

- 청자 3색 볼펜(오리모양 연적, 참외모란주자, 운학문매병): 9,000원

- 청자 볼펜(죽순모양주자): 5,000원

- 청자 볼펜세트: 14,000원

- 청자 자석: 15,000원

- 한국의 미 책상 장패드_2024 뮷즈 공모 선정작: 25,000원

 

 

관람객은 감정을 머릿속에 보관하는 대신, 소유 가능한 사물로 옮긴다. 굿즈 한 점 한 점은 그 자체로 물질화된 감정, 즉 관람 경험의 또 다른 기록이다. 디지털 이미지가 무한히 쏟아지는 시대에도, 한 점의 굿즈는 유일한 경험과 기억을 담아낸다. 굿즈숍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전시가 끝난 뒤에도 감정을 지속시키고, 기억을 현실로 바꾸는 현대적 기억의 제작소인 셈이다.

 

 

 

3. 한 줄의 기록, 한 편의 여운


 

최근 텍스트힙(Text‑Hip)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읽기'에서 '쓰기'로의 전환이 나타나는 추세다. 서점에는 ‘필사하기 좋은 책’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손때 묻은 책장 속에서 독자들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장을 손끝으로 가져오는 경험을 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2024, 위즈덤하우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2024, 빅피시)』, 『지금 이대로 좋다 필사 노트(2024, 정토출판)』 같은 필사형 도서가 자리했다. 책을 읽는 대신 적는 문화는, 언어를 눈과 머리로만 소비하던 행위에서 손의 감각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방식이다. 사람들은 이제 문장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좋아하는 문장을 사진으로 찍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옮겨 적을 때 그 문장이 자기 것이 된다고 느낀다. 필사는 읽기의 끝이 아니라, 감상의 시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필사 대상은 문학작품뿐 아니라 음악 가사, 명언, 헌법 조문까지 확장되며, SNS에서 ‘#필사노트’, ‘#필사스타그램’과 같이 공유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 이렇게 필사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손으로 체험하는 감정과 언어의 회복을 의미하게 되었다.

 

 

Culture Now | 필사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

 

1. 공공기관 및 도서관

※ 서울강동중앙도서관 - 인문·예술 특화 도서관으로 3층에 필사 공간 ‘생각곳’ 운영

※ 서울책보고 - 10가지 주제로 글을 필사하고 사색하며 생각을 정돈할 수 있는 필사 전용 공간 '필사적' 운영

※ 대구도서관 - 청소년 전용 복합문화공간 ‘틴구’에 필사를 테마로 한 공간 마련

※ 이외에도 전국구 공공기관 및 도서관에서 독서문화행사 일환으로 필사 프로그램 진행 중, 해당 기관 사이트 방문하여 정보 확인 가능

 

2. 서점 및 팝업 공간

※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 서점 - '필사하기 좋은 책' 코너 운영, 필사 노트 제공, 특정 기간에는 도서관과 연계하여 필사 팝업 이벤트 수시 진행

※ 독립출판·작은 서점 - 소규모 필사 모임 운영, 인스타그램 등 SNS 통한 사전 신청으로 참여 가능, 특정 주제 도서 필사

 

3. 온라인 연계 공간

※ 온라인 필사 캠페인 : 필사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 해시태그와 함께 SNS 인증, 출판사 등에서도 책 출간 등을 기념하여 필사단 수시 모집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복제이자 감정의 재현이다. 잉크가 번지며 남긴 자국은, 한때 마음이 움직였던 증거다. 기억은 손끝을 거쳐 물질로 변하고, 그 흔적은 다시 언어가 된다. 필사 노트의 페이지마다 남겨진 글자들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독자의 마음과 감정이 구체화된 기억의 조각이다.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이제 머릿속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손으로 쓰고 종이 위에 남긴 순간, 기억은 물질로서 존재하며, 다시 언어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

 

오늘날 문화예술의 향유는 점점 더 '기억을 남기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감상을 ‘느끼는 일’에서 ‘남기는 일’로 바꾸는 이 시대의 흐름은 불안정한 디지털 세대가 선택한 일종의 자기 확증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고, 굿즈를 사고,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이 모든 행위는 결국 하나의 본능으로 수렴된다. 그건 바로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기억은 이제 머릿속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만든다.

그리고 그 물질화된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예술은 다시 한 번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감정을 보관하는 법,

—오늘날 예술의 새로운 사용설명서다.

 

 

 

김태리.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