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는 활동이 가장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 조금만 읽고 인터넷으로 줄거리를 찾은 후에 독후감을 작성해서 낸 적도 있었다.
또 언젠가 한 번은 책을 읽지도 않고 책 표지에 적혀있는 책 소개 글만 읽고 제출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한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꽤 최근까지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었다면 지금은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책을 읽으라고 압박하거나 독서감상문을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독서에 대한 거리감이나 경계심이 풀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부끄럽지만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자격증 참고서를 제외한, 책을 내돈내산을 해서 읽은 경험이 거의 없었다. 몇 달 전 독립 서점에서 산 책을 재미있게 읽은 다음부터는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흥미가 생기니 동네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주로 소설책을 읽는 편인데, 사건의 발단부터 마지막 결말까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심리상태와 행동, 대사를 무대 위 배우들이나 스크린 속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오롯이 글로 찬찬히 읽으면서 상상해 보는 재미가 생겼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을 글로 만나고, 내가 책장을 넘겨야 그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은 사실 나는 시청자이자 관객으로 앉아 있으면 배우들이 눈앞에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능동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수동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반면 독서의 경우에는 스스로 글을 읽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기는 행위를 하면서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문화생활보다 가장 역동적인 행위라고 과언한다.
차분하고 잔잔한 모습으로 독자는 이 잔잔한 순간에 누구보다 강렬하게 하나의 세계를 눈과 머리, 그리고 손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연이나 영화, 음악과 같은 문화생활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독서에 대한 거리감이 줄어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두꺼운 소설책을 마주했을 때 ‘언제 다 읽지?’라는 걱정과 고민이 더 컸었다면, 지금은 이런 두려움보다는 내가 알지 못했던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쇼츠와 릴스, OTT의 발달로 1년에 책 한 권조차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서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 독서의 첫 발걸음을 떼보는 것을 응원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텍스트를 읽는 것에서부터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경험을 해본다면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기 쉬울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