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 진로 고민이 한창인 요즘 이런 글감이 신기하게 나를 찾아온다.
고등학교 3학년,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의 일이다. 희망 진로는 문학 작가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대번에 그렇게 말씀하셨다. 작가는 일찍 죽는 직업인데 괜찮냐고.
네. 괜찮아요. 대답은 또 대번에 해놓고, 지금까지도 나는 직업 생각을 할 때면 그 한마디를 오래 떠올린다. 그때는 그게 아이러니하게 참 좋았다. 글을 사랑해 본 사람에겐 중요한 게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돈 못 버는데 괜찮아?'가 아니라, '건강이 상해도 괜찮아?'라고 물을 수 있는 사려 깊음이 있으니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정확히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개인적인 믿음과 달리, 대한민국은 직업은 물론이거니와 대학 학과부터도 순위와 서열을 매기고 있다. 모두가 상위 4%를 향해 달리고, 그 안에 들지 못하면 인생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군다. 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일단 달려가서 직업에 매달리고 본다.
특목고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인문대를 지망해 진학한, 지금은 대학원까지 고려 중인 학생으로서 그 압박을 남부럽지 않게 느껴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오고 성격만 더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문송합니다? 내가 왜 죄송해야 하는데?)
그냥 좋아해서 왔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니까 좋아하는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고 하면 대개 내가 금수저라고 오해한다(!). 애석하게도 아닙니다. 돈도, 미래도 없고 꿈만 있습니다. 이렇게 객기 부리다 현실에 짓밟힌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을 뿐.
어쨌든 지금의 내가 나를 위해 한 최선의 선택이니 후회는 없을 것이다.
예전부터 의학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 나는 의사, 변호사가 나오는 드라마가 지나치게 많다고 줄곧 느껴온 것 같다. 꼭 그런 직업들만이 우리 사회의 주연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서.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저마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영화 <패터슨>과 <퍼펙트 데이즈>가 좋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의 직업은 사회적으로 귀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버스 기사와 화장실 청소부지만, 들여다보면 당연하게도 너무나 귀한 삶들이라서. 이 영화들은 그런 반짝임을 포착할 줄 알아서.
인문학과 문화예술이 죽어가는 사회에 그것들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도 맥락을 같이한다. 예술은 사려 깊고,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미처 못 보던 걸 보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예술이 좋고,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결국은 내가 만족한다면 그것이 곧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돈, 명예, 적성, 각자의 동력이 무엇이든 간에 중요한 건 그로 인한 본인의 만족감. 나에게 최고의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일 수 있다는 것.
너무나 간단한 사실들을 인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