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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뮤지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체’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저번 오피니언에서도 언급했듯이 브로드웨이 황금기에 발전한 북 뮤지컬은 이야기의 선형성Lineality을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통합 뮤지컬의 원리에서 발생된 선형성,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구조는 급변하는 시대를 재현하기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이러한 기존 뮤지컬들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선형성에 변화를 주기 위해, 플롯 구조를 파편화하고 현실 도피적, 낭만적, 낙관적 성향을 벗어나는 스타일을 견인했다. 이것이 바로 콘셉트 뮤지컬의 대표 원리, ‘해체’이다.
<컴퍼니> (Company, 1970)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곡/작사를 맡은, 콘셉트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주인공 바비가 친구들 부부네 집에 가서 결혼 생활에 대한 그들의 한탄을 듣는 구조이다. 이 뮤지컬의 신기한 점은,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극에는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통해서만 이야기는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다. 하지만, <컴퍼니>에서는 사건이 없다. 그저 바비의 친구들 부부의 산발적이고 파편적인,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독특한 비선형적 플롯은 기존의 통합 뮤지컬 양식에서 고수한 선형성,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구조를 완전히 벗어난다. 그리고 쇼에서 사용하는 불협화음과 반음계 스타일의 구현은 아름다운 화성보다는 메시지를 담는 건축학적 구조를 통해 관객에게 몰입 대신 이성적인 관조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쇼에서 바비의 세 명의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장면은 ‘surreal’하게 연출되는데, 이것에는 현대 도시인의 관계 맺기 방식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손드하임은 인간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음을 인정할 때 훨씬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컴퍼니>는 “그래서 로버트(바비)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가?” / “사랑하는 사람과 진지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는 고민하는 인물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통해 1970년대 맨해튼 젊은이들이 가진 결혼과 사랑에 대한 복잡하고 냉소적인 시각을 뮤지컬에 담아낸다.

넘버를 하나 소개하자면, ‘Not Getting Married Today’에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예비 신부 배우가 난 오늘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서 결혼을 축복하는 신앙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자, 계속 히스테릭하게 짜증을 내다가 결국에는 지휘자의 봉을 부러뜨린다. 이런 식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뮤지컬 내내 계속된다. 정말 매력적인 뮤지컬이다.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1979)
손드하임의 뮤지컬 중 가장 대중적으로 흥행한 작품이다. 살인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소름 끼치는 소재와 잔혹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뮤지컬로 완성하여 손드하임이 추구한 냉소와 사회 비판적 시선을 극대화했다. 이 작품은 음악의 웅장함을 살리기 위해 멜로드라마melos+drama의 형식을 채택했고, 토드 역에는 강력한 베이스 바리톤을, 조안나 역에는 소프라노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성악 보컬이 필요한 음악을 사용했다.

이렇게 어둡고 무거운 소재와 분위기를 중화시키기 위해, ‘The Worst Pies in London’, ‘A Little Priest’와 같이 쾌활한 카니발리즘적 음악을 구축하여 관객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적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코러스들의 넘버인 ‘The Ballad of Sweeney Todd’에 그레고리안 찬트를 인용하는 등, 손드하임 특유의 전위적인 현대 음악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에 스타일리시함을 더했다.
위 영상은 팀 버튼 감독의 2008년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이다. 19세기 런던 빈민가 고딕 분위기가 팀 버튼과 만나 고전적인 공포영화 같은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졌다.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회화적 영상미, 그리고 조니 뎁과 헬레나 본 햄 카터의 연기는 <스위니 토드>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만든다.
브로드웨이 42번가(42nd Street, 1980)
브래드포드 로프스의 1932년 소설을 원작으로 1933년 동명 영화, 그리고 1980년 뮤지컬로 각색된 메타 뮤지컬이자 백스테이지 뮤지컬으로, 공연 ‘프리티 레이디’의 제작 과정을 담은 ‘액자 구조(쇼 안의 쇼)’ 형식이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 시기로, 1980년대 브로드웨이의 불황 상황과 겹쳐지는 오버랩Overlap 구조를 가진다. 작품의 핵심은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앙상블의 처우와 당시 공연계의 현실을 배경으로 놓았다는 점이다.
시골 출신 코러스 걸(앙상블) 페기 소여는 기존의 스타였던 도로시 브록이 다리 부상으로 인해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자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강제로 투입된 젊은 여성이다. 도로시는 자신의 신체적인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시스템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된다. 이러한 노쇠한 스타의 퇴장에서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쇼 비즈니스’의 특성이 드러난다. 페기 소여는 순수함과 젊음이라는 매력을 바탕으로 성공하지만, 그녀의 성공은 그녀가 시스템의 가장 시급한 필요인 쇼를 구할 대체재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녀는 시스템이 원하는 젊은 여성의 스타 이미지를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여성의 가치를 신체적 능력과 매력에 국한시키는 ‘젠더 역학’이 드러난다.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에 스타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대공황 시기뿐만 아니라, 불황의 1980년대에도 꿈과 희망을 대리 실현하며 관객을 위로하는 기능을 해낸다. 남성 연출가이자 프로듀서라는 절대적 권력을 지닌 줄리안 마시는 작품 속에서 쇼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남성 권력의 정점에 위치한다. 그는 페기 소여를 무명의 앙상블에서 하루아침에 주역으로 발탁시키고, 공연의 성패를 위해 그녀에게 “넌 가서 코러스로 들어갈 땐 빈 상자였어. 하지만 넌 스타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외친다. 여성 배우들의 경력과 생존은 그의 결단과 통제에 의해 좌우된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영화판의 결말에서 줄리안 마시가 모자를 뒤집어쓰고 극장 밖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모습은 여배우가 무대 위에서 승리했을지라도 그 승리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주체는 여전히 남성 연출가임을 암시한다.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 속에서 여성 배우들은 두 가지의 양상으로 존재한다. 우선, 기존의 스타 도로시 브록과 신인 페기 소여 사이의 필연적인 긴장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그러나, 페기 소여의 성공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대부분 여성인 ‘앙상블 배우들’의 꿈을 대리 실현하고, 대공황과 불황으로 힘든 동료들을 위로하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여성 배우들이 거대한 남성 중심 시스템 속에서 서로의 희망을 나누고 연대하는 형태로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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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버라이어티 쇼부터 통합 뮤지컬, 록 뮤지컬, 콘셉트 뮤지컬을 지나 메타 뮤지컬까지, 뮤지컬의 시대적 흐름을 톺아보았다. 뮤지컬에는 모든 비극과 희극, 그리고 시대의 복잡한 질문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매력이 있다. 시대의 흐름과 연결지어 뮤지컬을 감상한다면, 그 매력은 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뮤지컬의 서사, 음악, 춤에 담긴 시대적 의미와 사회적 질문을 발견하며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