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1] 메트로폴리탄(전면개정판).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0/20251013091258_lsemawvs.jpg)
운이 좋게도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동안 많은 미술관에 방문할 수 있었다. 보통은 여기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뭐가 있지? 독특해서 시선을 사로잡을 작품은 또 뭐가 있지? 하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동시에 그 작품 근처에 서거나 앉아서 작품을 수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방법이나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경비원과 작품 옆을 지키던 사람이 같은 직업을 가졌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여하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면 내가 무의식 중에 궁금증을 가지며 찾고 있던 이야기일 것이다.
본작의 주인공인 브링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요커》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으나, 친형의 암투병과 사망으로 인해 큰 상실감을 겪는다. 이 경험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근무하겠다는 결심으로 이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그가 그곳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소재로 엮어낸 책으로, 흥미롭고 여운을 주는 이야기와 함께 언급된 그림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첨부된 QR코드를 통해서 미술관의 그림을 매일같이 바라보던 브링리의 심상을 효과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뉴욕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토록 커다란 미술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작게는 실수로 작품을 건드리는 것부터 기사를 통해서 알려지는 유명 작품의 도난 같은 큼직한 사건들까지 일어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면서 전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가지 인상적인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자물쇠가 달린 금고가 아니다.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곳이다.” / 138p.
더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창고나 개장 전의 분주한 모습들, 그리고 직원들이 지켜야 할 규칙처럼 아름답고 정제된 공간에 감춰져 있던 그 내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근엄하게 있던 직원들도 방문객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에 소탈한 재미와 공감을 얻기도 하고, 이 한 공간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감명을 받기도 한다.
11장의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라는 챕터를 읽어보면 브링리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 그것은 바로 ‘육아’로 경비원일에 익숙해진 이래로 전혀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혼란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 위해 완벽하지 못할 지라도 고군분투한다. 동시에 메트(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줄여 부르는 명칭) 브로이어 전시관에 전시된 미완의 판화 작품이 밑그림으로 삼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을 발견한다. 그는 동시에 미완성일지라도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지닌 숭고함을 깨닫는다.
고군분투의 과정을 떠올려 보면, 무엇 하나 쉽게 평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브링리가 엉망진창으로 육아를 했더라도 그가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생각하면 마냥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분투’라는 과정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결과가 미완성일지라도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에너지를 갖고, 완성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추동력을 부여한다.
브링리는 우연히 그 분투의 과정을 목격했지만, 우리가 대부분 바라보게 되는 것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결과물을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분투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이 가치 있음을 알아야만 기꺼이 미래를 기대하며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에 브링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작별을 고한다. 지난 십 년간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에 둘러싸여 해왔던 근무는 그에게 애도와 회복, 그리고 안정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 것은 그곳을 기꺼이 떠나서 새로운 것을 탐색할 용기이다.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표현은 중의적이다. 우선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머무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변화는 때로는 피할 수 없고, 비극적인 방식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익숙함을 보내고 새로움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공존한다. 삶은 우리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에 빠져 포기하는 것도 쉬이 내버려두지 않는다. 삶은 우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에 감사하고 즐거운 순간을 가져온다. 이 순간이 있기에 삶을 이어 나가고 앞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에 대한 서술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브링리라는 한 사람의 회복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제목에 끌림을 느꼈다면 그 이끌림을 충분히 해명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