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를 읽는 동안 나는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여행을 ‘어디론가 벗어나는 사건’으로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주는 행위로서의 ‘잘 놀기’를 이야기한다. 낯선 골목의 한 컷, 우연히 만난 풍경, 아무 계획 없는 한때의 여유까지—그 모든 것이 결국 삶을 다시 맞추는 방식임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떠올랐다. 김영하는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러 간다”고 썼다. 그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여행을 단순한 탈출이나 자극으로 여겼던 내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떠남은 회피가 아니라 관찰의 태도라는 점이다. 낯선 곳에서의 사소한 경험이 돌아와서 익숙한 일상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순간,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시선의 전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는 바로 그 전환을 부드럽게 설득한다. 여행이 멀리 가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일상 속 작은 변화들—가까운 동네 카페에서의 한 시간, 익숙한 길의 다른 풍경, 평소보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이 모두 환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나는 이 책을 덮고 난 뒤, ‘여행 = 비행기 표’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여행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지를 만드는 일이라는 인식이 더 진해졌다.
결국 ‘오늘도 잘 놀다’는 말은 사소한 자기 돌봄의 선언이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틈을 만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주 잊는 핵심이다.
이 책과 김영하의 문장은 나에게 그러한 틈을 의식적으로 만들게 해주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의 산책길과 창가의 햇빛, 친구와의 짧은 대화가 모여 일상을 환기시키고, 결국 더 온전한 나로 돌아오게 한다.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는 그래서 어쩌면 아주 사소한 혁명이다. 매일의 틈을 지키는 일, 그로 인해 삶이 조금 더 넉넉해지는 경험을 권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여행이란 결국 우리 일상에 바람이 통하게 해주는 환기구임을 온몸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작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멀리 가지 않아도, 그 한 걸음이 충분히 의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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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는 스스로 '당당한 쫄보'라 말하는 겁 많은 여행자 김은영 작가가 십년지기 [소풍족] 박서우와 떠난 여행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고, 저자의 사적인 여행들에서의 경험과 감정들을 특유의 유쾌한 입담과 솔직함으로 풀어낸 책이다.
여행 중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서 느끼는 당황스러움, 혼자만의 시간에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여행이 단순한 휴식이나 재미를 넘어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조금씩 성장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기록이다.
영상에서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들과 누구나 한번 보면 무한 반복하게 된다는 몽골 여행기는 물론이고, 미공개 에피소드인 러시아 여행기까지, 때로는 겁 많고 서투른 모습 그대로, 때로는 용감하고 당찬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 이야기들은 웃음과 공감을 전하며 읽는 이의 마음까지 산뜻하고 가볍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책 소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