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신체는 겉보기에는 비슷하기만 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한 동일한 형태와 기능은 일반적인 것만 같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진전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신체는 고유하다.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말없이도 소통을 이루어낼 때,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는 그들의 관계 맺기에 따라 제각각으로 변모한다.
이번 글에서는 몸과 몸 사이의 언어, 육체적 접촉에 대해 무용으로 풀이해 낸 공연 Bad Spicy Sauce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연이 선보여지는 서울세계무용축제는 27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대표 국제 무용 축제로, 국내 예술가와 해외 예술가와의 교류를 도모하는 동시에, 일반 시민들에게 무용을 통한 폭넓은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매해에 쟁점이 된 사회/정치적 문제를 예술로 승화하며 소외된 것에 대한 관심을 높여온 시댄스는 올해 2025년 “광란의 유턴”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연대와 치유를 무용으로 선보인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 본 무대는 누구나 가지고 있음에도 비가시화해 온 원초적인 감각에 집중했다. 인간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에 초점을 둔 무대는 신체접촉으로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흔적을 몸으로 표현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928_221707376_0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28221816_fdrfelnn.jpg)
공연의 시작은 마치 한 커플의 만남과도 같이 시작되었다.
아직 조명이 채 꺼지지 않은 밝은 무대 위, 한 쌍의 무용수가 양극단에서 등장하고, 이들은 점차 가까워 진다. 서로를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관찰을 계속하더니, 이내 알 수 없는 형태로 엉켜버리며 하나의 물체가 되어버린다.
곧이어 태동과도 같은 비트가 이어진다. 혈액의 움직임, 또는 심장의 뜀박질이 생각나는 고요한 박자는 미세하게 쪼개지고, 그 속으로 무용수들이 내뿜어내는 근육의 움직임이 스며든다. 태초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광경 속에서 무대 위의 육체는 섞이고 어우러져 하나의 유기체로 재탄생된다.
작품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게끔 흘러갔다. 무용수 개개인의 움직임은 불규칙했고, 이따금 난해하게도 보이며 무대 속으로 관객이 집중하게끔 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움직임을 관찰하다 보면, 육체로부터 비롯된 쾌락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타자와의 접촉 속에서 우리는 비연속적으로 행동하며, 덕분에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
환한 무대 속 관객 앞에 오른 2명의 댄서로부터 시작된 공연은 점점 더 격양된다. 한곳에 모여 새로운 조형물이 되기도 하고, 뿔뿔이 흩어져 가쁜 숨을 가만히 내쉬기도 한다. 그러다 적막이 내려앉은 공간 속, 한 쌍의 커플만이 움직임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타액이다. 한 데에 모인 무용수들은 얼기설기 얽힌 뭉치로 이어지며 타액으로 범벅이 된 채 공연의 막이 내린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되는 공연은 관객을 살갗들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된다.”라는 SAL의 메시지처럼 작품은 결국 관객과 댄서의 구분을 무너뜨린다.
맨몸으로 부대끼며 우리는 다 같은 육체를 가진 존재며, 결국 육체적 접촉과 쾌락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