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만 되면 우리들의 방과 책상은 새로움을 위해 쓸고 닦고 정리된다. 정갈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공부하려면 책을 놓을 책상이 깨끗해야 하고, 오랫동안 앉아 있을 방이 깔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처럼 공부 역시 주변 정리가 반이다. 어찌 보면 정리와 재배치란 공간 자체를 새롭게 옮기는 ‘이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삿짐을 싸지 않아도 나는 종종 이사를 한다. 정확하게는 내 책상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이사를 다닌다. 작은 방 안에서 책상 구조를 바꾸다 보면 그 순간 내 일상이 새로운 공간에 머무르게 되는 기분이 든다.
기존의 디퓨저를 새로 산 디퓨저로 바꾸는 순간, 방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책상 한편에 쌓여 있던 책을 새롭게 읽고 싶어진 책들로 바꾸고, 벽에 붙은 크고 작은 포스터를 이리저리 옮긴다.
누군가에게는 책상 정리가 단순한 자리 정돈 같아도 내게는 ‘작은 이사’와도 같다. 같은 가구와 벽지인데도 이삿짐을 어디에,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 작은 이사를 통해 내가 얻는 건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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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의 이사는 나름의 규칙 안에서 이루어진다.
책상 정면이나 후면은 벽을 향한다. 한쪽이 막혀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측면은 자연스럽게 창가 옆으로 붙인 상태여야 한다. 햇볕이 드는 오후나 비 내리는 날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읽기 좋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이면 스탠드와 책 받침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건을 치운다. 방학이 찾아오면 책상 위는 혼잡스러워진 채 새 간식과 다 먹은 간식 쓰레기가 함께 있다.
계절 별로 다른 색감의 필기구, 포스터, 잡동사니가 위치한다. 여름이면 탁상 선풍기가 이사 오고 겨울이면 따뜻한 음료 한 잔을 둘 티코스터 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계절과 상황에 따라 책상의 배치는 달라지고, 그때마다 내 책상은 다시 찾아올 이사 준비를 마친다.
물론 작은 이사를 할 때마다 겪는 고생도 있다. 무거운 책더미를 옮기다 보면 다음 날 근육통이 생긴다. 책상 밑에 들어가 선을 정리하다가 머리를 쿵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고생을 마치고 새롭게 자리한 책상을 보면 내 방 자체를 인테리어 한 기분이 든다.
재미있는 건, 책상 위 구조와 배치를 바꾼 것만으로 새로운 공간이 되고 마음가짐이 바뀐다. 가볍지만 확실한 변화들이 쌓이면,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책상 위에서 일어난 이사는 내 마음을 이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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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어쩌면 나는 작은 이사를 하며 내 마음을 리셋하는 게 아닐까?
지루함과 피곤함이 쌓일 때마다, 책상 이사가 곧 내 마음 정리를 위한 큰 이사인 셈이다.
우리가 작은 새로움을 즐기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다. 그리고 그 사소한 변화를 통해 나는 성장한다. 결국 내 책상이 매달 이사 다닌다는 건, 내가 매달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상 이사를 고민한다.
내 책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사를 다닐 것이다. 벽에 붙었다가, 창가를 마주 봤다가, 디퓨저를 새로 들이는 걸 반복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새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낼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위해 지구를 돌아 세계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거실 가구를 전부 새로 산다. 하지만 나는 책상 위를 재배치하는 작은 이사로도 새로워진다. 이게 나에겐 소소한 일상이고, 작은 새로움의 의식이다. 책상이 움직이지만, 사실은 나 자신이 옮겨 다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책상은 매달 이사를 다니고, 나는 그 작은 이사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다.
그렇다면 되돌아보자. 내가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새로워졌다고,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