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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무대 위에 1명의 배우와 드럼만이 존재하는 연극.

그럼에도 조명과 음악, 연기력이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운다.

 

 

이 작품을 봤다면, 누구든 잊을 수 없는 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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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연극을 보고 본격적으로 연극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 이 작품을 보고나서, 여운이 가득해 사라지지 않았던 감정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이다. 며칠동안은 '온 더 비트'에서 나온 노래를 반복재생해서 듣고, 그 감정에 다시금 빠져들기를 반복했다.


이 작품은 '프로젝트그룹 일다'에서 만든 작품이고, 원작은 프랑스 배우인 쎄드릭 샤퓌가 직접 쓰고 연기한 극이다. 2022년에 초연을 하고, 2023년에 앵콜, 그리고 올해 8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재연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연극의 경험이 너무 강렬하고 좋았어서, 많은 이들도 경험해봤으면 좋겠는 마음에 영업을 해보려 한다. 나는 참고로 강기둥 배우님으로 관람했고, 주저없이 인생극으로 뽑는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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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리듬)를 통해 세상을,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한 소년의 꾸밈없는 고백.


아드리앙이 만드는 고스트 노트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아드리앙은 엄마의 걱정, 베르나르 아저씨의 분노, 친구들의 비웃음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 역시 아드리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린 일상의 소리, 할머니가 남긴 LP 음악 등을 통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덮는 소리’, ‘비트(리듬)’를 발견한다. 그 비트(리듬)는 아드리앙에게 그만의 세상을 선물한다.


그리고 아드리앙은 그 우주 속에서 찬란히 빛난다. 우리가 그를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않더라도.

 

 

 

아드리앙과 그를 둘러싼 세계


 

아드리앙 자체는 상처가 되게 많은 인물 같았다. 한 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극 내내 들었다.

 

그는 자폐아다. 그래서 남들과 비슷하게 사고하지 않는다. 드럼을 좋아하고,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소리들을 하나의 리듬으로 인식한다. 칼질 하는 소리, 농구 하는 소리, 심지어는 교장 선생님에게 뺨을 맞는 소리까지도. 그에게는 드럼이 삶의 전부이자 원동력이다. 드럼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는 너무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다. 그래서인지 나쁜 것들도 흡수한다.


베르나르 아저씨는 괴팍하고 난폭하며 아드리앙을 아들로서 대해주지 않는다. 드럼이나 LP판 같은 것들은 아드리앙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없애버리거나 부셔버린다.

 

가끔은 내가 1인극을 보고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배우는 모든 역할을 소화했다. 분명 무대에 배우는 한 명인데, 내 눈에 베르나르 아저씨가 보였고, 엄마가 보였고, 세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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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음악, 최고의 서포터


 

무대 위에 배우와 드럼, 그리고 의자 빼고 아무것도 없지만 꽉 찬다. 나는 그 이유가 훌륭한 조명과 음악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명은 정말 다양했다. 나중에 조명에 대해 배우거나, 조명감독이 되어보고 싶다고 잠깐 생각했을만큼. 단일적인 게 아니고, 사용된 조명이 15개는 넘을 것 같았다. 조명의 색깔은 물론이고 조명의 형태나 비추는 느낌 같은 것들이 다 다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조명부터, 위에서 비추는 조명, 노란 색깔의 따뜻한 조명, 피사체 바로 앞에서 쏴서 배우의 그림자와 드럼이 그림자로 비추게 만드는 조명까지. 그리고 소리를 조명으로 가시적으로 표현해내는 것도 인상깊었다.

 

음악 또한 '온더비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중요한 장치이다. 이 극에서 쓰인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만큼. 재즈, 보사노바, 락 등 다양하다. 드럼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인데, 이를 통해 드럼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 때 나오는 노래는 정말 심장이 뛴다. 이것은 직접 현장에서 느껴봐야 하는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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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앙이 가르쳐 준 순수의 시선


 

아드리앙을 보다보면,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가 떠오른다. 뺨 맞거나 구타 당해도, 그것이 리듬만 있다면 괜찮은 아드리앙. 그의 머릿 속에는 드럼과 리듬 뿐이고, 그렇기에 그의 정체성과도 같다.

 

 

얘가 원래 수비수여서 내가 얘를 밀면 잡아주거나 그래야 하거든요?

근데 내 복부로 프리킥을 두 번 퍽퍽 날리는 거에요.

악악! 뭐 이런 식으로.

둥 폭폭 악악 둥 폭폭 악악!

 

 

사람이나 상황을 편견 없이 파악한다. 세상에 틀에 물든 내 눈에는 그 시각이 너무 신선했다.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고, 담백하게 그 순간을 묘사하는 강점. 나도 그렇게 담백하게 상황을 바라보며 독백하고 싶다는 마음이 종종 들었다. 이 극을 보고나면 내가 마치 아드리앙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상하게, 조금 과장되게 말이다. 그래도 괜찮아, 아드리앙 같거든!

 


세실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요. 나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 같더니 입술을 위에 올려요.
 
나는 교장선생님 방에 초대 됐어요! 교장선생님은 얼굴이 많이 안 좋아보여요. 그래서 우릴 초대한건가?
 
저 사람(경찰)은 우리의 팬이잖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와 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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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앙 덕분에 내가 일상의 모든 리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극을 통해 많은 걸 느껴갔으면 좋겠다. 여전히 아드리앙은 순수하고,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믿고, 드럼에 미쳐있을 거다.

 

내 마음 속 이 작품이 크게 남은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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