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Visit Seoul
1995년, 문을 연 롤링홀은 어느덧 30년 동안 홍대를 지킨 터줏대감이 되었다. 그리고 2025년, 수많은 뮤지션과 관객이 오고 가며 장르 음악의 숨결을 불어넣어 온 롤링홀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5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사운드플래닛의 메인 슬로건은 ‘Feel the Waves, Touch the Stars’로, 슬로건에 부합하듯 현실을 벗어나서 꿈의 세계를 유영하듯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들이 펼쳐졌다. 인디 아티스트, K-POP 등 인디씬과 상업 음악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롤링홀의 비전이 다양한 장르를 눈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탄탄한 라인업과 체험형 부스가 눈에 띄었던 페스티벌이었다.
페스티벌 가는 길
우연히 만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나는 페스티벌 첫째 날인 9월 13일에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공연장을 찾았다. 며칠 전의 비 소식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씨에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막이 오른 그 길로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9월의 페스티벌이라니, 날씨가 추워지면 야외 페스티벌은 한동안 열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문득 아쉬워지기도 했다. 사람들도 그런 아쉬움에 이곳을 찾았을 듯했다.
공연장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먼저, 서울 집에서 차를 타고 인천에 진입해 파라다이스 시티 부근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다음, 내려서 15분 정도 걷다가 파라다이스 시티 내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유명한 호박 작품을 우연히 만나 사진을 찍고, 티켓용 팔찌를 받은 후 공연장에 입성해 겨우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으니 비로소 즐길 준비가 완료되었다. 일련의 과정이 있었지만, 페스티벌이 주는 기쁨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운드플래닛'이라는 이름에 맞는 행성 모양의 설치물들에 시선이 가기도 했다.
오늘의 페스티벌 계획은 바로, 늦은 오후부터 마지막 저녁 공연까지 보내고 가는 것이었다. 메인 스테이지 일정으로 보면 LUCY부터 이승윤, Xdinary Heroes, YB까지 이어지는 밴드/락 중심의 무대였다.
도착과 동시에 4인조 밴드 LUCY의 무대가 시작되자 열기로 가득 찬 무대 위에 바이올린, 기타, 드럼이 어우러진 여러 선율과 보컬 최상엽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은 청춘을 노래하는 시인 같았다. 예쁜 말이 가득한 〈아니 근데 진짜〉를 포함해 〈개화〉, 〈아지랑이〉, 재밌는 제목을 가진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 등 셋 리스트가 연달아 나오면서 모든 관객을 하나로 만들었다.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고, 팬덤이 탄탄한 그룹답게 응원법을 외치는 관객들도 있었다.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신예찬이 무릎을 꿇으며 열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모습도 페스티벌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고받으며 그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승윤의 무대였다. 등장과 동시에, 그는 공간의 흐름을 읽고 마치 기를 모으는 듯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함성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사실, 이승윤의 노래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다.
그는 기를 최고로 끌어올린 사람 마냥 무대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 《역성》의 〈폭포〉를 부르는 이승윤과 그 뒤로 보이는 화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졌다. 철학적인 가사와 파워풀한 목소리, 가사에 어울리는 화면이 큰 힘을 발휘한 듯 노래는 활활 타오르며 날아올랐다. 특히 후회하지 않고, 흐름을 거부한 채 폭포를 거꾸로 뒤엎어버린다는 다소 파격적인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폭죽타임〉, 〈비싼 숙취〉,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등 모든 곡이 시원함이 필요한 페스티벌에 잘 어울렸다.
엎어버려 후회는 됐어 태어났다
엎어버려 흐름은 거부할 거야
엎어버려 폭포를 거꾸로 뒤엎어버려
여기서 Shoot a fountain into the sky
- 〈폭포〉 노래가사 中
이승윤의 무대가 끝나자, 초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때, Xdinary Heroes(엑디즈)가 등장했다. 밴드형 아이돌인 이들의 등장에 함성소리가 커졌다.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엑디즈지만, 노래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드러머와 건반,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신시사이저, 그리고 보컬의 합은 엄청났다. 〈MONEYBALL〉을 시작으로 〈소년만화〉, 〈BBB〉 등 노래마다 청량과 파워풀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노래에서 발견한 락의 매력이 앞으로 얼마나 큰 팬덤을 만들어낼지도 기대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는 전설의 국민밴드 YB(윤도현밴드)가 장식했다.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YB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대단했다. 그들은 모두 태극문양이 등 뒤에 새겨진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그 뒤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공중에서 흩어지면서 페스티벌이 마치 중대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보컬 윤도현이 노래 가사를 뱉어낼 때마다 그 울림은 어마어마했다. 성량이 좋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나는 나비〉, 〈흰수염고래〉처럼 감동적이고 오랜 시간 알아왔던 노래도 좋았지만, 곧 발매 예정인 신곡을 미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곡은 굉장히 강렬하고, 락 자체였다. 신곡이 나오면, 다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음악 씬에 오래 있으면서도 대중에게 곡에 대한 의견을 묻는 YB의 겸손함과 용기에 존경심이 들었다. 그들은 멘트보다 끝없이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과 소통했다.
틈틈이 간식도 먹어줘야 하는 페스티벌
페스티벌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가까이서 라이브로 들을 수도 있고, 잘 몰랐던 가수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팬이 될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메인 슬로건이 왜 ‘Feel the Waves, Touch the Stars’인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가수들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판타지스러운 공간이 관객들에게도 리듬과 가사와 가수들의 태도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롤링홀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페스티벌인 만큼, 운영 측면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음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에서는 이런 부분에 신경을 더 써주면, 모든 사람이 다치지 않고 아쉬움 없이 페스티벌을 만끽하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롤링홀 30주년과 2025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의 성황리 개최를 축하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한국 인디와 장르 노래의 발전이 끝도 없이 펼쳐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