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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감을 앞두고 하는 생각들 [사람]

쓸 게 많을 때와 쓸 게 없을 때.

by 정주원 에디터
2025.09.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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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에 대한 두 가지 생각


 

보통 마감 때는 두 가지 상황이다. 쓸 게 없는데 마감을 해야 할 때, 쓸게 많아서 골라야 할 때. 매주 아트인사이트의 마감이 있고, 아트나이너로서 한달에 한편 영화 리뷰를 내야 한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잡지사의 어시스턴트가 되었고, 이곳은 매월 중순에 모든 원고를 마감한다. 마감을 위해 모든 팀이 달린다.

 

4월, 2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실업급여를 딱 2달 받았다. 6개월 꽉 채워서 놀고 먹어야지, 여행도 가고, 콘서트 가고, 뮤지컬 엄청 보고, 영화 한달에 15개씩 봐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놀고 있는 나를 견디지 못하고 어시스턴트 지원을 하여 이 곳에 다닌지 벌써 2달 하고도 15일이 되었다. 아트나이너만 할 때는 블로그도 쓰고, 한달에 10편씩 영화를 보면서 나름 쓸 말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한데 일을 다시 하게 된 순간부터 온 정신이 이 곳에 팔려 있다. 아직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거의 매일 일에 대해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다 강남구 어딘가에 있다.

 

어시스턴트고, 내가 쓰는 글은 버즈와 별자리 원고 정도다. 보도자료를 50자로 줄이기, 칼럼을 100자로 줄이기, 내 글을 쓸 때보다 더 머리가 팽팽 굴러간다. 스페셜 호가 있다면 단신을 쓸 때도 있지만. 녹취를 풀고 자료 조사를 하고 장소나 소품, 제품 리스트업을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다 못해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의 정신없지만 즐거운 두 달이 2주처럼 지나갔다. 나는 아직 어시스턴트이기 때문에 마감이 끝나면 며칠을 쉬는데, 그 동안 형벌처럼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본다. 시간 없으니까 얼른 지금 봐! 라는 마음으로.

 

다시 마감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아트인사이트에 어떤 글을 올릴지, 이다. 쓸게 없어서 마감이 걱정될 때가 있고, 쓸게 많아서 마감이 고민될 때가 있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후자가 낫다고 생각할테고, 나도 그렇다. 쓸 게 많으면 다음 주에 쓰면 된다. 쓰고 싶은 게 많다는 건 많이 봤다는 거고,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을 때는 신이 난다. 그럴 땐 얼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쓸 게 없을 때는 앉아서 고민만 하는 거다.

 

이왕이면 잘 아는 것에 대해 잘 쓰고 싶고, 그러려면 여태까지 봤던 영화나 뮤지컬을 뒤적거리게 되는데 보는 양이 줄어드니 고를 것도 줄어들어 늘 고민이 된다. 영화 다섯 편을 보면 그 중 하나는 정말 좋고, 하나는 적당히 좋고, 나머지 두 개는 그냥 그렇고, 하나는 정말 싫을 때가 많으니까. 사실 싫어하는 영화에 대해 쓸 말이 가장 많지만, 싫어하는 걸로 2천자를 채우고 싶은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친구들과의 대화로, 더 비정제된 언어로, 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쓰는 게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쓸 수 있는데, 요즘 나를 채우는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면 또 마감 기한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쓸 게 없는 마감 때에 드는 생각은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음악 듣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정작 음악에 대해 잘 몰라서 내가 쓰는 글은 nct wish의 surf 라는 곡이 헤엄치는 안무에 맞추어 의상을 디자인했고 그게 참 예쁘더라. 이 정도 뿐이다. 해찬의 솔로앨범은 전곡을 R&B 장르로 채웠는데 나의 취향을 저격한 도전이었다, 이 정도? 장르가 어떻고, 이 곡의 구성은 어떻고 작곡가들은 원래 어떤 스타일의 곡을 추구하였으며, 이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추구미와 방향성은 이 곡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나- 이런 글들을 쓰고 싶지만 그 정도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자판 위에 선 손가락이 느려진다. 글을 쓰기 위해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져서 유튜브로 들어갔다가 방대한 양에 뒷걸음질 치기도 하고. 회피가 계속되는 마감날들을 견디며 얼렁뚱땅 무언가를 쓰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가도, 다음 글은 잘 써야지- 라는 마음이 든다. 이런 마감의 반복이다. 잘 쓰고 싶어서 배우고 싶었던 건데 배울 엄두가 안 나서 도망치는 것들의 반복.

 

쓸 게 없는 데 무언가를 써야할 때는 다들 어떤 글을 쓰는지 묻고 싶어 진다.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적당히 솔직하게 쓰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들 마감이 닥치면 무엇을 쓰시나요? 내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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