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섯번째 에피소드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메신저 앱에 등록된 프로필 뮤직 리스트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오래전 등록했던 음악들을 톺아 보게 된 요즘, 새삼 그동안 어떤 것에 위로 받고 또 소소한 행복을 느껴왔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어린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곡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렸던 나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다. 지금은 무감하게 넘기거나 발견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플레이리스트 하나면 충분하다.
김나영 - 어른이 된다는 게
받아쓰길 잘하는 게
더 이상 자랑이 아니게 되고
키는 한참 더 자랐는데
자랑할 일은 사라져가네
…
사람들은 날 어른이라 하는데
나 아닌 것들만 점점 더 늘어가
모두들 날 보고 다 컸다 하는데
왜 나는 자꾸 작아져만 가는지
자랑할 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반증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정말 자랑할 일은 사라져만 간다. 어쩌면 자랑 거리의 기준이 한없이 높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받아쓰기를 잘한다는 건 어렸던 나에게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되돌아보면 커갈수록 자랑보다 자책이 늘었다. 자랑거리가 당연한 일로 여겨지면서 잘 해낸 나를 아껴 주기 보다 못해내거나 실수한 스스로를 탓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훌쩍 자라버린 외면의 나와 달리 내면의 나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성숙해지기보다 무뎌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살아간 시간은 쌓여가지만 오히려 스스로를 알아주는 시간은 사라져간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보다 눈 앞에 놓인 당연한 것들을 처리하기에 급급 해하다 보면 ‘나’였던 것조차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는 나라는 사람을 빼곡히 찾아가던 어렸던 나와 어김없이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지금의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세정 – Whale
수평선 너머로 아득해 보였던
시간은 눈앞에 벌써 오늘이 되었고
잊은 줄 알았던 그때의 하늘
한숨에 앞에 펼쳐지면
어둠은 지고 눈부신 파도 위에
그때 그 길이 다시 그려진다면
이 끝에 선 너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 놓쳐버린 그때의 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따분해질 때, 혹은 병원 의자에 앉아 고통스러운 검진을 받을 때 어린 나는 종종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것들을 모두 겪어낸 나를 상상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얻고 했다.
그 시절 수평선 너머 아득해 보였던 시간을 건너 어느새 나는 이렇게 커버리고 말았다. 어렸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기 위해 상상 속에 놓았던 다리 끝에 선 나는 지금 그때의 나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나에게는 쉬웠던 일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한 없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놓쳐버린 그때의 나로 향하는 길을 찾는다면 묻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두려웠던 시간도 단단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혹자의 말처럼 지금의 나에게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의 고난 정도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나를 상상하는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