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낭만의 계절
![[크기변환]meadow-811339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7151615_xxrxdmwz.jpg)
한글로 여름, 영어로 Summer. 언어가 달라도 의미는 같다. 낮의 숨이 점점 길어지는 걸 체감할 때면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게 느껴진다. 사실 난 꽃피는 봄도 좋지만, 싱그러운 초여름을 참 좋아한다. 초록이 흐르는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는 태양. 그 아래 시원한듯 더운 기운을 살짝 머금은 바람이 나를 스치면 여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심장이 몽글몽글하고 두근두근한 느낌. 하염없이 서서 그 기운을 느끼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순간이다.
나에게 있어 여름은 일종의 ‘피버 타임’이다. 게임에서 ‘피버 타임’이란 집중하게 만드는 짧은 시간을 지칭하는데, 여름이 나에겐 딱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가을-겨울만 되면 몸이 좋지 않다. 감기에, 위염에, 원인 모를 컨디션 난조까지. 특히 한겨울엔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건 물론이고 핫팩이 없다면 외출도 고사하곤 한다.
이런 나에게 여름이란 녹아내리기 딱 좋은 계절임이 틀림없다. 움츠렸던 기운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래도 되는 계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계절이랄까.
여름의 이유 : 어푸어푸
![[크기변환]water-839313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7151632_inmvxzwp.jpg)
여름, 하면 수영무새인 나는 수영을 갈 수밖에 없다. 락커룸에 롱패딩을 끙끙대며 넣을 필요도 없고 머리를 꼼꼼하게 말리고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수영 후 햇빛을 쬐면 마음 깊숙한 그늘까지 뽀송해지니까.
날이 많이 더워져 최근에는 검도 대신 수영을 다녀왔다. 입수하는 느낌은 늘 그랬듯 약간 서늘하지만, 헤엄을 치며 수온과 비슷해진 나를 바라본다. 운전하는 내 모습도 그렇지만 수영하는 내 모습을 볼 때에도 가끔 낯선 느낌이 들곤 한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많은 영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건 역시 ‘배영’이다. 수면을 침대 삼아 눕는다는 게 처음에는 겁났지만, 물에 내 몸을 맡긴다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호흡에 비교적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점이 좋기도 하다.
그렇게 수영하며 갖가지 고민을 물에 하나둘씩 던지다 보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다. 물을 좋아한다면 수영을 꼭 배워보시라. 어느새 예쁜 수영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름의 낙 : 뛰어볼까, 폴-짝
![[크기변환]fireworks-572453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7151733_cnbovhqw.jpg)
페스티벌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음악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라이브 공연을 보고싶다는 열망이 커져만 갔고 어떻게든 그 힘찬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싶었다. 그러다 큰 결심을 하고 동생과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했다. 상상 이상으로 좋았고, 다행히 날씨도 좋아 비 맞는 생쥐 꼴을 면할 수 있었다. 최애 밴드인 ‘LUCY’는 물론이고 낯선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정말 좋았다. ‘오월오일’과 ‘터치드’라는 밴드가 귀에 들어와 냉큼 플레이리스트에 들였다.
6월, 올해 첫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완전체로 돌아온 밴드 엔플라잉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들고 온 앨범이 마음에 꼭 들기도 해서,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내가 간 페스티벌은 세 곳의 스테이지에서 번갈아가며 무대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타임테이블을 보니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초여름의 더위는 뜨겁고 강렬했다. 긴 바지를 입었는데도 하마터면 다리가 불탈 뻔 했다. 앞으로 더 더워질 날씨에 살짝 눈앞이 아찔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실내로 들어오니 가까스로 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탠딩석에서 방방 뛰며 아티스트와 눈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진귀하다. 지금 이 순간을 머릿속에 영영 간직하려 오감을 활용해 만끽한다.
언제 또 이렇게 놀아볼 수 있을까. 다른 계절에도 이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직 여름만이 줄 수 있는 뜨거움이다. 예매해둔 다른 페스티벌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여름의 향 : 상큼달큰
계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과 향이 있다. 봄은 노란색과 달달상큼한 꽃향기가, 가을은 밤색과 쌉싸름한 레더/우디향, 겨울은 흰색/군청색과 깊은 머스크향이 생각난다. 여름은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초록-하늘색과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라고 답할 거다.
산뜻하고 가벼운 향을 찾게 된다. 레몬, 자몽같은 상큼한 향을 특히 선호한다. 여름만 되면 향수를 들이고 싶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아직까지 한눈에 반한 향은 없다는 게 아쉽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향수 브랜드가 많으니 그 중에 나의 취향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점점 얇아지는 옷차림에 무엇이든 덧대고 싶은 마음인가 싶기도 하다. 스크런치,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에 부쩍 관심이 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저마다 두꺼운 옷 속에 숨겨뒀던 아기자기한 무언가를 꺼내 내보일 때다.
여름의 맛 : 앗, 차가워
![[크기변환]meal-7361961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7151751_vnxlxoue.jpg)
부쩍 달달하고 시원한 것들이 당긴다. 입맛이 없어져서 그런지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이 먹고 싶어질 때도 있다. 제철 과일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데 바로 수박과 참외, 복숭아다.
수박은 한 입 머금는 순간 여름을 베어 먹는 기분이 든다. 달큰한 과즙이 입 안에 퍼질 때 비로소 여름임을 실감한다. 참외는 씨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식감이 아삭한 게 오이와 비슷한 것도 같다. 복숭아 중에서는 물복, 즉 말랑한 복숭아를 좋아한다.
복숭아는 생김새부터 질감까지 꼭 여름을 압축해 만든 것 같다. 파스텔 톤의 색감, 껍질에 나 있는 보송보송한 솜털, 달달쫀득한 속살까지. 늦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안녕, 여름
![[크기변환]travel-9755525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7151814_imlhdzqw.jpg)
아무리 꿉꿉해도, 아무리 뜨거워도 여름이 주는 이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사랑하는 것들이 한아름인 계절이라 더더욱 그런가보다.
어쩌다 보니 여름의 끝과 함께 또 한번 인생의 분기점을 지난다. 늘 그렇듯 두렵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모든 게 선명해지는 여름처럼 앞으로의 결정과 선택도 쨍하길 바라본다.
후회하건, 후회하지 않건 최선을 다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아지길, 오래 고뇌하되 크게 아파하지 않길 기도한다.
썸머 피버가 끝나도 제법 나다운 내가 되어있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