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의 신작 연극 <맵핑히틀러>는 괴벨스의 도움을 받아 미디어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사람들을 선동한 후, 정권을 탈취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2030년 미래 한국의 취준생 청년으로 비틀어 해석한 블랙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맵핑은 디지털 영상을 다양한 형태의 물체 및 피사체에 투사해 표현하는 미디어 기술 '프로젝션 맵핑'에서 따왔다고 한다. 따라서 극 중에서도 이러한 영상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몰입을 돕는다.
극은 공시생 한들호가 우연히 유튜브 세계에 진출하며 천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 성장하고, 소셜미디어의 가공할 만한 힘을 활용해 대통령 당선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의 스토리 전개로, 관객들은 이미 대통령이 된 한들호의 과거를 보게 된다.
유튜버가 대통령이 된다니, 너무도 기이한 상상이 아닌가! 하지만 극 중 한들호는 이 기이한 상상을 기어이 현실로 만든다. 비록 시작은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한다는 공익적인 취지였을지 몰라도, 그를 추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사상에 갇혀 극단적인 주장을 내뱉는다.
더 무서운 일은 그런 그의 생각에 천오백만의 구독자들이 반응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사상에 반하는 이의 주장은 반역자의 것이며 그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다. 몰살하고 제거해야 하는 적이 된다.
히틀러와 한들호
연극 <맵핑히틀러>는 이러한 한들호의 행보가 히틀러와 평행선을 이룬다고 바라보았다. 주인공 한들호의 발음이 히틀러의 그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한들호의 여정을 돕는 그의 주변인들 역시 히틀러의 주변인들로부터 착안하였다.
한들호의 선전을 돕는 고보슬은 실제 나치의 선전정관을 맡았던 괴벨스와, 한들호 채널의 기틀을 만든 이인자 최래민은 나치 돌격대의 참모장 룀과 이어진다. 당시 전쟁을 주도한 괴링 역시 정가람이라는 캐릭터로 재탄생하였다.
이런 이유로 연극 <맵핑히틀러>는 히틀러 시대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보면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부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실존했던 히틀러가 아닌, 미래 시대에 등장할지도 모르는 가상의 히틀러이기 때문이다.
극 중 히틀러인 한들호는 사실 유튜버였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동조가 더해지며 자신의 사상에 완전히 젖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과연, 단지, 극에서만 나타나는 모습일까? 연극 <맵핑히틀러>는 이 부분을 질문한다.
현실에는 다양한 종류의 유튜브 채널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공유하는 목적의 채널들이 있다. 개개인의 생각은 무척 다르기에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다.
문제는 팔로워의 숫자가 늘어나며 발생한다. 그들의 채널 안에는 자신들과 동일한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만 존재하기 때문에, 자칫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한들호와 같은 인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연극 <맵핑히틀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대중과 나눌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첨예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무심코 던졌던 말과 행동이 한들호와 같은 인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극이 우리에게 '좀 더 비판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심지어 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도 '이것이 과연 진실인가'에 대한 의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극중 최래민이 '이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야'라고 외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비록 자신의 목소리를 피력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럴싸한 말, 그럴듯한 논리로 마음을 사로잡는 말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누군가의 선동하는 말에 휘둘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나의 생각을 명료하게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스스로가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더 단단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