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참상으로 부서진 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초상가면 스튜디오
뮤지컬 르 마스크는 1918년 말, 전쟁이 일어난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얼굴과 자존감에 큰 손상을 입은 병사들을 위해, 마담 래드는 초상가면 스튜디오를 만든다. 재능있는 조각가로서, 그녀가 전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병사들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상처를 위로해주는 아뜰리에
여기는 초상가면 스튜디오
부서진 얼굴이라 손가락질 받지 않게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나아갈 수 있게
우린 가면을 만들어요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

르 마스크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바로, 레오니와 프레데릭이다. 레오니는 마담 래드가 운영하는 초상가면에서 일하는 임시 직원이다.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를 앓고 있어, 한 쪽 다리를 계속 절뚝거린다. 끊임없는 임시 가면을 설계하는 노력을 통해, 마담 래드에게 조금은 인정을 받으며 프레데릭의 가면 작업을 맡게 된다.
프레데릭은 전쟁에 참여했던 귀족 남성이다. 얼굴에 큰 부상을 입고 외상 후 스트레스(PTSD)를 앓는다. 결혼을 약속한 여성도 있지만, 얼굴이 끔찍하게 변해버린 자신을 싫어할까봐 두려워하며 만남을 회피한다.
레오니는 처음엔 뛰어난 조각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프레데릭을 수단으로 대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알게모르게 프레데릭의 상처를 보듬어주게 된다.
프레데릭은 가면 개발의 진척이 늦어지자 조급해하는 레오니에게 자신이 위로받았던 방식으로, 대화를 통해 힘을 준다. 레오니는 가면을 만드는 과정은 삶의 부서진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주면서, 프레데릭의 얼굴의 본을 뜬다.
극 중 '편하게 말해봐요' 노래가 서로간의 대화를 통한 회복을 잘 보여준다.

편하게 말해봐요
취미는 뭔가요?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는?
당신은 어떤가요
무슨 생각 하나요
당신의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털어놓고 싶은 것 편하게 말해봐요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던지는 안부인사처럼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것
르 마스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라. 프레데릭은 여러번 좌절한다. 자신의 찬란했던 모습이 있었던 과거와 비루한 현재 때문에, 또한 앞으로의 희망이 없을 거 같은 미래 때문이다.
지나가던 그 때, 빛나던 나 더이상은 없어
이렇게 견디는게 의미가 있을까
그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때
찢어질 듯 고통스러운 과거가 존재해도, 현재 살아 숨쉬는 자신이 존재한다. 슬픔에 짓이겨 자신을 잃어도, 살아 있다면 부서진 삶의 조각을 다시 붙일 수 있다.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것.
삶이 있다는 건, 괴로울지라도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하는 선택이야말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 설령 선택 후 계속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다시 일어나는 한 인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