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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아, 지금 딱 콩국수 당기는데.”

   

여름이 되면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고 싶었다. 겨울에 붕어빵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길거리를 수소문해 돌아다니다 먹는 꼬리 한 입과의 환상적인 입맞춤처럼, 여름이면 누군가 콩국수에 대해 물었을 때 당장 데리고 갈 수 있는 나만의 환상적인 맛집 하나는 보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난 콩국수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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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한 발짝 다가오면 난 두 발짝 멀어질게..


 

노력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엄마가 콩물을 사 올 때마다 그 곱디고운 하얀 자태에 이끌려 아무도 권유하지 않은 나만의 대회를 개최했다. ‘과연 이번에는 콩물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지치지 않고 대응했지만, 그 밍밍한 국물이 소금이나 설탕을 넣는다고 내 자극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기에 아빠 쪽으로 콩국수를 슬쩍 미뤄두곤 했다. 마치 너무 청순해서 친해지고 싶은데 어딘가 결이 맞지 않는 친구 같았다.


여름은 어김없이 돌아왔고 지나는 계절 동안 까먹은 건지 미화된 건지 또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지금 딱 콩국수 당기는데.”


당겨서 콩국수를 먹어본 적도 없고, 당겨서 남들 따라 시도했다 해도 그 끝은 실망이었는데도 어김없이 도전했다. 그런데 어라,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콩국수가 내게 맞춘 건지, 내가 콩국수에 길들여진 건지 모르겠는 이 의뭉스러운 관계가 제대로 시작됐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소금파냐 설탕파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군가 내게 설탕파인지 소금파인지 물을 때면, 제대로 콩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핑계 아닌 사실부터 둘러댔다. 뭐든 중립인 내가 확실한 선호를 갖고 싶은 종목이 바로 콩국수였다. 하지만 콩국수에 대한 애정도, 이렇다 할 취향도 없을 때는 “앞접시에 한 입씩 덜어 소금, 설탕을 각각 먹고 끝에는 섞어 먹기도 해요.”라는 상대가 반응하기 애매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여름에 콩국수를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 어떻게든 대답을 쥐어 짜내고 있었고 그건 나 자신까지도 속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대체 뭐가 좋은건지 별로인지 구분도 못하겠었을 그때, 내게 취향이랄게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물처럼 묽은 콩물은 안된다. 꾸덕하고 찐득할수록 좋다. 그럴수록 밍밍하고 흐물한 느낌보다는 단단한 느낌을 지녀 그제야 제대로 된 음식의 형태로 보인다. 그다음은 민감한 주제, 소금파 vs 설탕파? 딱 정리하고 가자면 나는 ‘소금파’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열에 아홉은 “서울사람이죠?”라는 질문으로 나를 되받아친다. 왠지 주눅들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냥 당당히 인정한다. “네. 소금파이고 서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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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갔을 때 유명하다던 콩국수 집을 찾아갔다. 가히 전라도였던 것이 설탕통이 김치통에, 소금은 간장 종지만 한 통에 담겨있었다. 소금 통을 열 때 주변 분들 눈치를 깨나 받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을 잘 따르는 편이다. 통 크기에서부터 소금과 설탕의 지위를 자아내는 이곳 사람들이 강경하게 지지하는 것이 설탕인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과감히 설탕통부터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소금도 한 번, 결국엔 설탕 반 소금 반 섞어 먹었다. 소금파라고 말했지만, 막상 다들 설탕을 뿌려 먹으니 설탕도 괜찮을지도? 라는 마음에서 순간 갈팡질팡한 모양이다.


그런데 먹으면서도 인지하고 있었고 되돌아보니 지금도 분명히 할 수 있는 건 역시 소금이 옳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한 개인의 취향일 뿐이니 너무 모질게 대해주시지 않기를 바란다.

 

 


아, 기쁘다! 콩국수여.


 

그저 이제는 이 논쟁에 진심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여름=콩국수? 공식을 간절하게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쁘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와 공통 관심사를 하나 찾은 느낌이다. 그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지 않은가?


sns를 보다가 콩국수 맛집 지도를 자연스럽게 저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제일 비싼 콩국수라는 16000원짜리 콩국수를 웨이팅 해보고 싶은 용기까지 생겼고 아직 검정콩이나 서리태 콩국수는 도전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박이나 토마토를 고명으로 올려서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콩국수에 대한 행복한 상상이 나날이 커져가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확신을 갖고 시간과 돈을 기꺼이 콩국수에 써 볼 용의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름의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몸이 원하고 마음이 원하는 일만큼 운이 좋은 게 또 없다! 그리고 그 운은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다.


“아, 지금 딱 콩국수 당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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