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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정리하자면, 1시간 반 내내 음악의 은혜를 받고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밑에서부터는 늘인 나의 감상평이니, 한 줄 감상평을 찾고 있다면 이제 당신은 본 목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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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내 배경지식은 한없이 얕다. 멋진 전문 용어를 말하며 감상하고자 할 학술적인 욕망이 없었던 데다가, 하기 싫은 ‘공부’라는 걸 취미인 음악까지 끌고 들어오기 싫었던 거부감만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토킹 헤즈’ 같은 내 세대 이전 밴드의 경우에는 이 얕은 지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쉽지만 아쉽지 않달까? 잘 모른다고 해서 잘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에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를 배경지식 없이 보게 된 이유다.

 

토킹 헤즈는 참 신기한 밴드다. ‘모던’의 상징이던 구조주의가 몰락하고, 각자의 개성이, 수십만 가지의 ‘다름’이 튀어나오던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대표하면서까지 풍미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펑크, 뉴웨이브, 아프리카 음악, 남미 음악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그 무엇도 획일화되지 않는 세계임을 밴드 ‘토킹 헤즈’는 퍼포먼스로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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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 있는 것이 킬리언 머피를 굉장히 닮은 프런트맨, 데이비드 번이다. 호리호리한 백인 남성의 몸은 공연 시간 내내 격하게 움직인다. 발로 리듬을 타고, 전위적으로 팔을 휘두르고, 아주 두꺼운 정장을 입었다가, 빨간 모자를 쓰기도 한다. 모든 동작과 노래를 소화해 내면서도 무대를 몇 바퀴씩 도는데, 절대 노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거의 기적 같다.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전형적인 프런트맨이자 모두의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공연자였다.

 

공연은 아무것도 없는 세트에서 통기타를 맨 데이비드 번과 함께 시작하는데, 직후 등장하는 것이 베이스를 맡은 티나 웨이머스다. 사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엄청나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제대로 리듬을 타는 게 맞나?’라고도 생각했었는데, 내 눈과 귀가 공연에 점차 적응하면서 깨달았다. 움직임을 곡의 리듬에, 본인이 타는 박자에 맞춘 결과물이었다는 걸. 토킹 헤즈의 곡들은 유난히 베이스가 잘 들리는 구간이 많다. 절대로 남들의 동작에 따라가지 않는 뚝심 있는 몸이, 공연의 중추를 받치는 그의 묵직함이 참 좋았다.

 

공연이자 영화의 시간은 한 시간 반, 내가 영화를 보았던 시간은 일곱 시 반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가장 졸릴 시간대라 피치 못 하게 졸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를 번뜩번뜩 깨워 주었던 것이 바로 코러스다. 공연을 진행하며 즉석에서 무대를 조립하는 퍼포먼스 이후 나를 놀라게 한 이 공연의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두 명의 보컬이 무대를 정말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이 없었다면, 남성 보컬 하나만으로는 지루하거나 풍성하지 못한 곡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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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시간 반 동안, 1983년 진행되었던 공연의 실황을 보여준다. 단순한 콘서트 영상이라기엔 카메라가 굉장히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양들의 침묵을 감독한 조나단 드미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공연자와 카메라 사이의 팽팽한 긴장, 친밀함, 그리고 즐거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무대와 백스테이지를 리듬감 있게 오가는 카메라 덕에 다각적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왜 단순한 콘서트 실황이 아닌 ‘영화’인지, 확 느껴지는 현장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장면들과 내 감상을 상당히 진지한 어투로 적어두었지만, 사실 중간중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터무니없거나 으하하 웃음이 터질 정도로 익살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보통의 ‘록’ 공연에서는 상상도 못 할 춤이라던가, 노래를 부르다가 겅중겅중 뛰는 보컬, 왜곡되고 과장된 성가대 느낌의 ‘탐 탐 클럽’ 공연 같은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그렇다. 그럼에도 즐겁다. 그럼에도, 이 공연이 성공한 공연이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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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밴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을 수도 있겠다. 말이 안 되는 것도 사실 다 말이 된다는 것. 다채로웠지만 그만큼 다른 것에 대한 배척도 심했던 1970-80년대의 뉴욕에서, 낭중지추가 가장 빛남을 증명하겠다는 듯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연주하던 공연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 참 즐거운 공연이었다.

 

또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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