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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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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밴드의 전설로 불리는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콘서트 실황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가 오는 8월 13일 개봉한다. 음악 영화, 콘서트 영화를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명성을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양들의 침묵> 조나단 드미 감독, <블레이드 러너> 조단 크로넨웨스 촬영 감독이 합작해, 1983년 12월 할리우드 판타지스 극장에서 열린 토킹 헤즈의 네 차례 공연을 담은 콘서트 필름이다.


토킹 헤즈는 보컬, 기타리스트, 프론트맨을 겸하는 데이비드 번, 베이시스트 티나 웨이머스, 드러머 크리스 프란츠, 그리고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 제리 해리슨으로 결성된 뉴웨이브 밴드다. 남다른 음악성과 전위성으로 1970, 80년대 미국 뉴웨이브 장르 음악을 선도했던 그들의 퍼포먼스가 4K 리마스터링되어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오직 무대 위 퍼포먼스와 음악에만 집중하며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콘서트 영화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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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프론트맨 데이비드 번이 기타를 매고 손에는 카세트 라디오를 든 채 홀로 무대에 오른다. 미완성 세트장처럼 보이는 무대를 배경으로 첫 곡 Psycho Killer가 흐른다. 리듬을 타는 독특한 움직임, 행위 예술 같은 고유의 몸짓은 물론 의도와 연습의 산물이겠지만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 순간, 그 음악, 그 리듬을 느끼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음악에 심취한 그의 뒤로 무대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본다. 마치 그가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악기를 옮기고 배치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첫 무대부터 '자유롭다'는 강렬한 인상을 전해 받는다.

 

첫 곡에는 밴드 전원이 함께하지 않는다. 곡이 하나씩 더해질수록 베이스, 드럼, 키보드, 코러스 멤버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새로 등장하는 멤버의 연주와 몸짓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공연 연출이 인상적이다. 카메라 역시 무대 위 멤버들에게 오롯이 초점을 맞춘다. 무대 전체의 모습이나 특정 프레임을 고정 숏으로 반복해 비추는 방식은 아니다. 카메라는 멤버들의 앞, 옆, 뒤를 자유로이 유영한다.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음악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공연에 걸맞은 방식이라 느껴진다.

 

토킹 헤즈의 음악이 다채로운 만큼 매 곡마다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도 달라진다. Life During Wartime의 조깅하듯 달리는 군무와 Girlfriend Is Better의 빅 수트, 즉 거대한 정장을 입은 데이비드 번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움직임은 청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시각적 즐거움까지 가져다준다. 사후 세계에 대한 공상과 허무를 노래하는 Heaven과 세속적 삶에 대해 사유하는 Once In A Lifetime은 가사에 보다 주목하게 된다. 추상적인 가사를 거듭 곱씹게 되는 정신적 작용,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게 되는 신체적 작용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공연이다.

 

관객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기는 하나 카메라는 그들에게 좀처럼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함성 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려오지만, 무대 위에서 객석의 관객들을 바라보는 그 흔한 숏도 하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연 내내 무대 위 멤버들과 무대 아래 관객들이 함께 즐기고 호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장 영화로 관람해도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데 현장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확신이다. 이를 증명하듯 공연 막바지에 무대를 향해 환호하고 열광하는 몇몇 관객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데이비드 번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모든 멤버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무대 위 에너지는 결코 위축되는 법이 없다.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말로는 채 설명할 수 없는 광란과 분출의 시간이다. 마지막 곡을 끝내고도 미련이나 아쉬움 없이 무대를 내려가는 모습은 멤버 모두가 공연에 자신의 전부를 쏟아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렇게 그들이 노래한 자유는 1983년 공연장의 객석을 지나 2025년의 스크린 너머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에너지, 자유, 예술의 총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콘서트 영화와의 새로운 만남이 달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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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이돌 혹은 밴드가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이 새 음반이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는 소식보다 적어도 몇십 배, 몇백 배 설레는 이유는, 물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벅참이 있기 때문이다. 무대 위 가수와 내 옆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 음악을 통해 함께 호흡하는 순간 자체를 얼마나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공연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서 넘쳐흐르는 사랑과 에너지, 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자주 콘서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탑 메이킹 센스>는 실제 콘서트가 아닌 공연 실황 영화이지만 현장의 것에 버금가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장의 에너지가 카메라와 스크린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닿는 것임에도 영화의 기운은 넘칠 만큼 생동적이다. 무대 위에 음악과 자신만이 존재한다는 퍼포머의 무서운 몰입력이 스크린 너머로도 전해져 오는 덕분이다. 현장의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표정이나 희열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토킹 헤즈의 음악이 지닌 전위성, 자유로이 무대를 활보하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멤버들, 그리고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카메라워크까지. '역대 최고의 콘서트 영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를 목격했다.

 

극장을 나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1983년 미국 밴드의 콘서트 필름이 리마스터링되어 2025년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다는 것이었다.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처음 봤을 때의 단상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미국에서 2장의 음반만을 내고 자취를 감춘 가수 로드리게즈의 열혈 팬이 그의 흔적을 뒤따라가는 과정을 찍은 영화다. 1970년 디트로이트에서 단 6장의 음반밖에 팔지 못했던 가수가 20년이 지난 199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5000석 규모의 공연을 6회나 매진시키게 된 사연을 담았다. 자유, 저항, 반체제를 노래하던 그의 음악이 14,000km나 떨어진 국가에 닿아 사람들을 감동시킨 기적을 보고 나면, 세상에는 불멸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스탑 메이킹 센스>도 그렇다. 시대와 국경을 넘고 넘어도 결코 변치 않는 음악의 가치에 마음이 움직인다. 40년을 넘어온 88분의 기적에 압도되는 경험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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