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푸른수염_아멜리 노통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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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수염-아멜리 노통브 저
〈현대판 푸른 수염〉 집주인과 그 집에 세 든 젊은 여자
아멜리 노통브의 21세기적 잔혹동화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푸른 수염은 노통브의 『푸른 수염』에서 황금과 중세 사상에 사로잡힌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로 변모했다. 그리고 푸른 수염의 젊은 아내는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기에 여자, 사튀르닌으로 부활했다.
돈 엘레미리오는 자신의 고귀한 에스파냐 혈통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로 망명한 선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파리에 망명 중이다. 그는 파리 7구에 있는 화려한 저택에 살고 있으며, 속세의 천박함에 염증을 느껴 20년째 두문불출 하고 있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귀족의 품격도 지키고(아무 일 안 하기), 요리도 하고, 옷도 짓고, 종교 재판 기록도 읽는다. 그리고 여자를 만나기 위해 방을 세놓는다. 저택에 세 들었던 8명의 여자는 실종된 상태이고, 아홉 번째 세입자로 사튀르닌이 들어온다.
〈푸른 수염〉을 왜 다시 쓰려 했냐는 질문에 노통브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로, 나는 늘 푸른 수염이라는 캐릭터에 사로잡혀 있었다. 푸른 수염은 살인자이기 전에, 비밀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녔을 뿐이다.〉 독자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이 소설이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의 변주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노통브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구나 결말을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토록 흥미진진할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서사적 흐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노통브 특유의 비유, 위트와 냉소적 유머가 십분 발휘된 문장들이 소설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한다.이 여자, 젊고 아름다운 사튀르닌은 고향 벨기에를 떠나 파리에서 미술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친구 코린의 좁고 지저분한 집에 얹혀살며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중, 눈길을 확 끄는 월세 광고를 발견한다. 〈욕실 딸린 40㎡ 크기의 방. 주방 기구 완비된 넓은 주방 자유롭게 사용 가.〉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호화 저택의 방이, 겨우 월세 5백 유로에! 이 저택에 세 들었던 여자 8명이 행방불명됐지만 새 세입자가 되려는 여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튀르닌은 〈세입자 면접〉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방을 차지한다.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는 20년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계란과 황금에 집착하는 마흔넷의 남자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저택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지만 단 한 곳, 암실의 검게 칠해진 문만은 열지 말라고 경고한다. 〈잠겨 있진 않소〉라는 말과 함께.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덩달아 사라진 8명의 여자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된다. 결국 어느 날 새벽, 사튀르닌은 식칼을 쥐고 돈 엘레미리오의 침실로 들어가는데…….
[김하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