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늘, 세상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라는 제목을 봤을 때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에 관해서 찾아보고 난 이후에도 그랬다. 일본에서 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가 뮤지컬이 되었고 그 이야기에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히노 마오리’라는 여주인공이 있다는 것.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그 정도만 알고 뮤지컬을 보러 갔다.
#00. 뮤지컬을 보기 이전
이렇게 뮤지컬을 보러 온 게 처음이라 솔직히 내용을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는 상태로 좌석에 앉았다. 지금까지 봐온 뮤지컬들은 대부분 내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보고 싶다는 명백한 마음을 가지고 관람하러 갔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일부는 부모님이 데려가 주신 뮤지컬이었었고)
또 원작을 보지 않은데다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이런 이야기구나 싶은 정도로만 파악하고 왔어서 줄거리를 제대로 아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우면서도 궁금한 그런 감정이 들었고 아니면 위에서 말했듯이 그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마오리와 도루가 사랑을 나누며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한켠에 가지고 있었다.
#01. 뮤지컬을 보면서
뮤지컬에서 사용된 소품들이 간단하면서도 모든 장면에서 사용될 수 있는 소품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여러 높이의 계단이 도루와 마오리가 지나다니는 길이 되었다가 교실이 되었다가 도루의 집이 되었다가 마오리가 일기를 쓰는 공간이 되었다가 또 다른 외부 공간이 되었다가 하면서 각 장면마다 다른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마오리와 도루가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였지만 도루의 누나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과 같은 다른 여러 문제상황들도 극에서 다루어지며 훨씬 더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기를 수정하고 기록을 바꾸는 과정에서 무대장치와 풍경의 변화 또한 좋았다. 간단하게 글을 지우고 다른 단어를 채워넣는 것에서 끝나는 것 뿐만 아니라 과거를 지우고 허상을 덧씌우는 상황이어서인지 뭔가 기괴하고 이질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다른 때에 마오리가 기록을 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장면들이 좋았고, 기억에 남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가사에서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중 내가 가장으로 꼽는 대사는 마오리의 “오늘은 오늘만 오늘이니까.”라는 대사였다. 물론 이 대사는 마오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기억을 잊어버려 나온 말이었겠지만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고등학생으로 가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고 중학생으로 가고 싶다던 친구도 있었고 더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거 이야기뿐 아니라 미래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에 중심을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늘을 중요히 여기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오늘은 반복되는 하루가 되고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나간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만다.
#03. 뮤지컬을 본 이후
새삼스럽게 기록과 정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하루를 보내고 난 후 기록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눈으로 이를 보게 된 것이다.
기록이라는 건 그 순간 느낀 감정과 생각을 그 순간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것들은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해서 사라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기록 없이도 오래 남아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른 시간 내에 휘발해버리고 나머지 것들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지금 하는 기록보다 더 자세하게 기록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기록에서 그치지 말고 정리하는 습관도 들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평소 내 것들을 정리하여 두기 때문에 어떤 자료를 찾거나 할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정리 습관이 내 일기나 기록까지 뻗쳐 있느냐 하면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평소 그런 기록을 잘 남기지 않아왔던 것만 아니라 그닥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내 방 어딘가에 꼽아두고 잊어버린 적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록한 것을 정리한다면 후에 이를 돌아보며 무엇을 내가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어디서 누구랑 했는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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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정리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올해 동안 계속 작성하고 있는 간단한 일기와 몇 달 전 학교에서 반복된 활동을 하고 이를 기록 및 정리하여 책을 만들어서 간직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면서 나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뮤지컬 또한 근래에 어떤 걸 했고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