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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창의성'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느 직무든, 어떤 나이든, 우리는 끊임없이 창의적일 것을 요구받는다. 창의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말,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과연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프랭클린은 그 질문을 낯설게 되묻는다.

 

제목에서부터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이 느껴졌다. '집착'이라는 단어는 이미 충분히 포화된 창의성 담론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고, 동시에 그 집착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추적하게 만들었다.

 

미국 사회에서 창의성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 특히 냉전이라는 시대적 긴장 속에서 창의성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전략화되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창의성은 예술가나 천재 과학자의 독특한 재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집단적 담론이자 기술적 해법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책은 방대한 사례와 학문적 논의를 통해 이 과정을 분석해 나간다. 다양한 심리학자, 경영학자들이 창의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체계화하고, 수치화하고, 교육과 산업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들이 어진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창의성을 예술적 영감이나 괴짜의 전유물이 아닌, '실용적인 사람들 또한 공유하는 보편적 능력'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창의성을 특정 분야나 집단만의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간적 특질로 확장한 점은 인상 깊었다.

 

한편으론 그러한 확장이 과연 창의성의 본질을 지켜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읽는 내내 들었던 감정은 '정의 내리려는 시도'와 '측정하려는 욕망'이 오히려 창의성이란 개념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었다. 지능처럼 계량화할 수 없는 창의성을 수치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창의성 자체를 도식화 하는 결과를 낳는 건 아닐까. 이는 '창의성'이란 말이 점점 마케팅 용어나 자기계발의 키워드로 소비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창의성은 언제부터 개인의 '설정값'이 되었을까. 그런 질문을 자주 떠올렸다. 창의성이 개인주의, 자아실현, 경제 성장 등과 연결되면서 점점 '개성'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규범으로 자리잡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꿈꾸지만, 그 개성마저도 알고리즘 안에서 유사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더욱 획일화된 시대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스쳤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창의성을 단순히 칭송하거나 이상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창의성이라는 담론이 인간에게 어떤 부담과 굴레가 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지금의 우리는 AI와 기술의 발전에 위협을 느끼며, 인간만이 가진 '무형의 능력'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억지로 밀어넣고 있는 것 같다. 인간만이 가능한 무엇, 인간다움의 증표처럼 창의성이 소비되고 있다.

 

과연 지금의 우리는 진짜 창의적인가, 아니 창의적인 척하며 사는 건 아닐까. 어쩌면 창의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그 틀에 갇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의 집착하는 시대』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정답은 없지만, 지금 우리가 붙들고 있는 창의성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혹은 사회가 주입한 허상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창의성이라는 말을 믿고 싶었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그 말을 의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남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진짜 창의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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