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해외 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중학생 때의 이야기다. 테일러 스위프트, 칼리 레이 젭슨 등의 쟁쟁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이 조금씩 대중화되려 하던 시점, 저마다의 MP3에는 저마다의 디바들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디바는 테일러 스위프트도, 칼리 레이 젭슨도 아니었다.
사춘기의 한가운데에서, 한 캐나다 여성 아티스트의 신보를 접하게 되었다. 이미 이전에 싱글로 발매되며 국내 TV 프로그램의 BGM으로 많이 사용되어 익숙했던 ‘What the Hell’, 10대만의 로큰롤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Smile’,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와 미디엄 템포의 비트가 만나 서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Wish You Were Here’까지. 이 앨범은 사춘기 소년이었던 나에게 큰 즐거움은 물론,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는 당연하게도 해당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녀의 다른 히트곡들도 함께 찾아 들었다. 놀랍게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곡이 있었다. 그녀의 메가톤급 히트곡 ‘Sk8er Boi’, 그리고 그녀는 틴 팝의 부흥부터 정점까지 함께한 틴 팝의 마지막 자존심 ‘에이브릴 라빈’이다.
Avril Lavigne 'Sk8er Boi'
먼저 ‘틴 팝’에 대해 설명하자면, 말뜻 그대로 10대의 감정과 기분을 표현하는, 10대를 위한 장르이다. 틴 팝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되었을 때는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스파이스 걸스 등의 댄스 음악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테일러 스위프트, 칼리 레이 젭슨, 저스틴 비버 등의 아티스트가 등장하며 틴 팝은 음악적 특성을 설명하는 단어보다는 문화적 특성이 담긴 의미로 변하였고, 최근에는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의 아티스트들이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Sk8er Boi’를 들어보면 알 수 있지만, 에이브릴 라빈은 이례적으로 록, 그중에서도 펑크 록 장르를 통해 10대를 노래하였다. 록 음악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평가되던 당시의 시점에서 대중들은 새로운 록 스타를 원했고, 에이브릴 라빈의 등장과 ‘Sk8er Boi’의 성공은 펑크 록의 부활, 나아가 추후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이 대중음악 시장을 이끄는 것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단순히 음악적, 상업적 성과를 넘어 대중음악 역사에 주요한 곡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에이브릴 라빈의 팬들, 그리고 팝 애호가들은 ‘Sk8er Boi’보다 ‘Complicated’가 그녀를 대표하는 곡이자 당시의 시대정신이 담긴 명곡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Complicated’는 ‘Sk8er Boi’보다 앞서 발매된 그녀의 첫 싱글이자, 데뷔곡이다. 그럼에도 ‘Sk8er Boi’와는 전혀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당시 국내에서도 유행이었던 미디엄템포 음악을 라빈 스타일의 팝 록으로 해석하였다.
Avril Lavigne 'Complicated'
이처럼 그녀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지고, 팬들의 취향 또한 두 가지로 갈리는 편이다. ‘Sk8er Boi’로 대표되는 펑크 록 스타일의 ‘Girlfriend’, ‘What the Hell’, 그리고 ‘Complicated’로 대표되는 발라드 스타일의 ‘I’m With You’, ‘When You’re Gone’ 등이 있다.
시간이 지나 2010년대 중후반이 되면서 에이브릴 라빈은 서서히 대중들에게 잊혀지기 시작한다. 출중한 신예 여성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등장하였고, 펑크 록의 인기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 더군다나 라임병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며 공백기가 길어졌고,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자라온 10대들은 더 이상 틴 팝을 소비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Avril Lavigne 'Bite Me'
하지만 2020년대가 되며 그녀는 부활에 성공한다. 코로나19가 대중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과거의 사운드로 회귀하고자 했던 에이브릴 라빈은 2022년 7집 ‘Love Sux’를 발매하였고, 그녀가 데뷔 때부터 보여주었던 펑크 록 음악 ‘Bite Me’는 빌보드 차트 20위를 기록하며 그녀가 아직 대중음악 시장에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24년에는 지구촌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라고 불리는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출연하였다. 페스티벌 특성상 보통 네임벨류가 높은 팀들이 뒤 순서에 출연하는데, 에이브릴 라빈은 다소 앞 순서에 출연했음에도 사람들은 ‘우리들의 진정한 헤드라이너’, ‘우리 때는 에이브릴 라빈이 최고였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객석엔 어른들로 가득했지만, 그녀의 음악이 공연장을 울려 퍼진 순간 그들은 모두 10대가 되었다.
Avril Lavigne 'Sk8er B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