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어떤 힘이 있다. 그건 독립영화는 상업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을 결코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방대하고 거대한 상업영화의 시스템도 독립영화의 그 묵직하고 담담한 힘앞에선 한낱 어리광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따금 독립영화는 조용하지만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common.jpeg

 

 

상업영화 중에 애시당초 이렇게 깊고 어둡게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떠오르지 않기도 해서 비교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이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는 군대를 다룬 이야기를 통틀어 어떤 커다란 성취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겪어보진 못했어도 왜인지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삶의 흔적들이 그 장면을 볼 때면 나한테 담담하게 때론 불쾌하게 말을 걸어온다.

 

이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의 그 부조리 장면들은, 어쩌면 군대 내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이라는 집단 안에서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그 억울함, 비합리함, 이해할 수 없는 그 불가해함을 매우 담담하게 과장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크기변환][포맷변환]common (1).jpg

 

 

이 영화가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이 영화 속 사건과 장면들이 영화적으로 과장된 장면이 아니고, 꽤나 담담하고 어쩌면 싱겁게도 느껴질 법한 장면들인데 전혀 그렇지 않고 어떤 영화적 힘을 발휘하고 서사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선 두명의 인물의 자살이라는 상당히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고 그것 자체가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 영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조차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그 세계 안에서는 영화적인 일이 아니라 매우 납득이 가능한 일이 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통의 영화 속에 나오는 그 자살의 이미지와 다른 어떤 이상한 감각의 느낌이 이 영화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크기변환][포맷변환]common (2).jpg

 

 

윤종빈 감독의 초기작이기도 하고, 당시 예산 문제때문이기도 하고, 장면들이 정제되어 있지 않고 상당히 조잡해보이기도 하고 어설퍼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난잡함이 이 영화의 이야기와 만나 오히려 더 빛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타이트한 예산과 환경 덕에 더 씁쓸하고 기분이 불쾌한 군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크기변환][포맷변환]common (4).jpg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그냥 한번쯤 어딘가에서 봤을 그런 류의 인간들 그 자체였다.

 

그나마 어떤 영화적인 연기가 가능할 법한 하정우가 연기한 태정이라는 인물조차 너무도 사실적으로 연기해내 극의 몰입감을 크게 더한 것 같다. 사실 하정우 뿐만 아니라 승영을 연기한 서장원 배우도 그렇고, 지훈을 연기한 감독 윤종빈도 그렇고 누구하나 흠잡을 데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불쾌하고 몰입하다가는 나까지 두려움의 감정이 밀려들 것 같은 신은 역시나 지훈이 죽은 뒤, 태정을 찾아간 승영의 말과 행동이다. 어딘가 굉장히 불안해보이는 그의 모습,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관객은 알 수 없다.

 

지훈의 죽음이 영화에서 나오기 전까지. 각본의 훌륭함이라고도 생각하는게 먼저 알 수 없는 어떤 일, 즉 불안해보이는 승영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 관객에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계속 불안해하는 그를 대하는 상당히 공격적이지만 납득이 가능한 태정의 대응 또한 그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크기변환][포맷변환]common (3).jpg

 

 

결국 악몽이길 바란 꿈이 현실이 된 그 순간, 화가 난 태정이 여관을 나가 잠시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사오고 다시 돌아온 뒤, 집 안에서 그 물소리만이 나지막이 들려온다.

 

어떤 군대 이야기와 어떤 악몽같은 순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르기도 했다. 서사의 방식 또한 오프닝에서 총소리가 연신 등장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먼저 공개한 뒤 그 뒤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일치하는 듯하다.

 

 

[크기변환][포맷변환]common (5).jpg

 

 

적은 예산으로도 이토록 큰 긴장감과 불쾌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큰 힘을 발휘할 때만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다. 좀 더 선명한 화면과 더 많은 예산으로 리메이크 된 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쩌면 이런 화면과 예산이었기에 이런 역작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도 싶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