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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분야라도 처음은 고생한다. 누가 말했던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어쩌면 실패라는 단어가 일상처럼 따라붙는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살아남는 자'가 되어가는 것 아닐까. 이 책은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고백이자, 긴 호흡의 산문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함께한 악기로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조율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이, 문장과 문단을 넘어가는 동안 서정적이면서도 폭발정인 감정의 변화가 함께한다.

 

두 줄의 해금 사이를 오가듯 그녀는 글 속에서도 전통과 미래, 정적과 격정을 넘나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스쳐간 사소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뭔가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견디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를 때,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을 속으로 삼키던 밤들. 지판이 없는 해금 같은 인생이다. 그녀가 감각만으로 음을 찾고 손끝의 떨림 하나로 감정을 짚어내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정직한 연주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의 인생을 되돌아 봤는지도 모른다.

 

책의 1부는 해금을 처음 만난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대상과 처음 마주치는 순간은 늘 의미심장하다. 그것이 직업이 되든, 사랑이 되든, 운명이 되든. 김보미에게 해금은 처음엔 선택이 아닌 배정이었다. 그러나 그 배정은 그녀의 인생 전체를 바꿔놓았다. 마치 아주 우연한 인연이 어느 날 운명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해금을 통해 전통음악을 배우고, 익히고, 그 전통의 뿌리 속에서 자신의 해석을 찾아간다. 그건 아마도 단순한 음악정 성장을 넘어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여정이다.

 

책의 2부는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으로 처음 잠비나이의 음악을 접했고, 상당히 신선했다. 해금이라는 전통 악기와 록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장르의 결합이라는 매력적인 이질감 속에 태어나는 새로운 공명이 마음에 들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그녀의 과감한 도전이 없었다면 이 신선한 장르의 탄생도 없었을거다.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나열하지 않아 좋았다. 무대 뒤의 고통, 긴장, 소통의 어려움, 때론 외로움까지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공연을 앞두고 '그림처럼 연주해보자'는 교수님의 말에 혼란을 겪던 장면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음악이 단지 음표를 정확히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취와 질감, 감정을 담아내는 것임을 깨달았던 그 순간. 그것은 곧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기도 했다. 우리는 늘 '정답'을 쫓지만, 때로는 그림처럼, 느낌처럼,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곧 '삶을 산다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었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으며, 때론 자신을 치유하는 수단이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나는 무엇으로 나를 회복시키고 있는가?' 김보미는 음악으로, 나는 글쓰기로, 또 누군가는 사랑이나 여행으로.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이라는 무대를 걸어가고 있다.


거창한 희망이나 감동은 없었으나 아주 조용하고도 단단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지금 잘 안 풀리더라도, 이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는 믿음.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김보미의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내는 사람으로서 우리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그 삶의 연주를 들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두 줄의 해금 줄 사이를 오가듯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김보미의 이야기는 그런 순간에 필요한 한 줄기 선율처럼 들린다. 단단한 소리, 진심이 담긴 연주, 그리고 그 소리를 가능하게 한 지난한 시간들. 그것들은 모두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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