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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 만에 요가를 했다. 지난달 초, 무릎을 함부로 다루는 바람에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통증이 찾아왔고, 무릎 관절이 정말 상해버릴까 두려워서 기존에 하던 모든 운동을 그만뒀다. 그러다가 요즘 슬슬 무릎 통증도 줄어든 것 같고, 무엇보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워졌다. 운동에 미쳐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보람이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 정신 위생을 유지했다고 말한 것처럼, 운동은 몸 뿐만 아니라 내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였다. 한 달 동안 운동을 쉬었다는 것은 곧 한 달 동안 영혼이 샤워도 하지 않은 거나 다름 없었다. 꼬질꼬질하고 기름이 잔뜩 낀 정신 상태와 서서히 윤곽이 흐려지는 배를 그대로 놔두었다간 6월에도 내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 다시금 요가를 시작한 것이다.


내가 즐겨보는 요가 유튜버의 25분짜리 시퀀스 영상을 골라 따라했다. 기존에는 주로 50분가량의 하타 요가를 수련했던 터라 다소 빠르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의욕과 인내심이 바닥을 치던 나도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해낼 수 있었으므로 좋은 선택이었다. 간단한 목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팔다리를 쭉쭉 뻗어주고,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발끝을 당겨 깊이 전굴하고, 나비 자세로 고관절 스트레칭 해주고. 짧은 시퀀스였지만 동작을 다 마치고 나니 굳어 있던 몸이 말랑해졌다. 특히 요즘 카페에서 서서 일하느라 뭉쳐 있던 종아리가 많이 풀어졌다. 다리와 팔이 후들거렸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그야말로 영혼과 근육과 관절이 깨끗해진 기분이었다. 역시, 요가는 삶에 필수적이다.


요가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처음 요가를 하게 된 건 작년 11월 즈음이었다.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쉬지 않는 나는, 그맘때에도 남자 무용수들이 나와 경쟁하는 Mnet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 꽂혀 있었다. 그중 가장 응원하던 무용수가 하타 요가를 수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조그만 공통점이라도 만들기 위해 그들의 행동과 취미를 모방하는 것이 특기인지라, 이번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요가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의 말에 요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요가원에 등록할 만큼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았고, 동네 스포츠 센터에서 운영하는 요가 수업은 월초에나 등록할 수 있었으므로 유튜브에 ‘하타 요가’를 검색했다. 내가 처음 보고 따라한 것은 태양 경배 자세라고 불리는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반복 수행하는 20분 가량의 영상이었다. 두 손을 합장한 채 위로 뻗은 뒤 고개를 젖히고, 상체를 숙였다가 발을 뒤로 뻗으며 팔굽혀 펴기를 하듯 내려가고, 코브라 자세로 가슴을 열고, 다운독 자세를 했다가 이전에 했던 동작들을 다시 반복하며 서서히 올라오고. 두세번 반복하자 금세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상체를 깊숙이 숙이는 것도, 등을 펴서 다운독 자세를 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상체를 숙일 때는 손끝으로 바닥을 스치는 게 겨우였는데, 두세번 시퀀스를 반복한 뒤에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낼 수 있었다. 짧은 사이에 몸이 유연해지는 게 눈으로 보이자 즐거워졌다. 마지막에는 바닥에 누워 온몸에 힘을 풀고 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바아사나’라고 불리는 송장 자세. 치열하게 움직이던 몸과 얼굴의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히는 순간이 나른하고 달았다. 계속 누워 있고 싶었지만 수련을 마무리짓기 위해 일어났다.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나직이 말하는 영상 속 선생님을 따라하며 나의 첫 홈 요가를 마쳤다. 나마스떼!


요가는 정말 좋다. 우선 요가 동작을 하면 유연성도 좋아지고 몸이 개운해진다. 근력 운동 동작도 섞여 있으니 군살도 빠지고 근육도 붙는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요가를 지속하게 만든 매력은 따로 있다. 요가를 하면 고요한 수련을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정신을 단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요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고통을 가만히 응시하세요.”라는 문장이다. 내가 늘 보는 요가 유튜버가 동작을 설명하다가 말한 문장이었는데, 수련이 끝난 뒤에도 그 말이 오래도록 생각났다. 한동안 지치거나 괴로울 때마다 그 말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요가를 수련할 때처럼 차분하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감각에 집중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던 마음도 서서히 사라졌다. 왜 그 무용수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요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성실한 수련생도 아니면서 요가를 권유하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꼭 요가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몸과 정신의 위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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