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여행이다. 다녀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나갔다 왔다. 사실 지난 여행에서 돌아오고 금방 티켓을 잡았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여행만 내게로 오면 된다.
자신 있는 듯한 발언이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예산에 맞춰 진행되었다. 심리적 허들이 존재한다. 특히 항공권이 그렇고 일본 비즈니스 호텔 숙박비가 그렇다. 이 이상 내고 갈 수는 없지. 그 마음은 특가 이벤트 앞에서 열린 문이 된다. 가격은 언제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패턴이 생겼다. 작년까지 성실하게 올렸던 일본 미술관 방문기가 그렇다. 올해는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미술관을 생략했다. 여행이 습관이나 취미가 되기를 바랐지 어떠한 형태로 굳어지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여행을 통해 확장을 하려 했는데 반대로 무의식이 만든 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욕심이었다. 미술관에 다녀와서 글을 써야지, 어디를 방문하고 후기를 남겨야지. 그런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이건 스스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혼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외롭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여행이라면 뭐든 좋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혼자만의 시간도,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걸 하게 되는 일행이 있는 여행도. 혼자서는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평소에도 남과 교류가 많지 않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여행지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이 여러 가지 코스를 알아봤다며 하나만 고르라고 했다. 하나하나 검색해 보고 살펴보고 마음이 가는 것들을 최종 후보로 올린 다음 한 번 더 고민했다. 이때까지 몰랐던 것, 혼자 알아봤을 때 근처도 못 갔던 것. 내가 아니기에 가능한 코스를 골랐다.
혼자는 아니든 끼니는 챙기지만 혼자 있을 때 식사는 후순위가 된다. 역시나 이번에도 맛있는 무언가를 먹었다며 여기저기 자랑할 뭐가 없었다. 단것과 군것질을 좋아하지만 더는 일본 편의점의 푸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좋아하는 젤리도 지나치게 되었을 때. 지인은 내게 한국에서 먹기 힘든 요리, 한국에는 잘 없는 식재료, 혹은 일본식 조리법 등을 제안했다.
여행 중 식사를 챙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동안 컨셉도 없이 후기가 좋다면 무지성으로 지도에 표시해두었기에 상황마다 달라지는 입맛은 길을 잃었던 것이다.
미뢰를 위한 계획과 준비라는 것도 해야 했다.
일본은 여러 번 다녀왔었고 또 갈 여행지라서 무심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어떤 일에 한 번 패턴이 굳어지면 쉽게 바꾸지 않는 성향이라 앞으로의 여행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건 예상 범주에 든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행하는 법도 모르고 여행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좋아하는 것과 안다는 것은 다른 영역이지만 지식이나 상식 그런 영역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의 의미는 알아야 나 자신도 알 수 있으니까.
아직 아무런 여행 계획이 없지만 이러다가 또 어디론가 떠나겠지. 여행하지 않는다는 건 선택지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여행이 좋다. 그 좋아하는 걸 앞으로는 더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하고 싶다.
여행할 때면 하는 말이 있다. 여권, 핸드폰, 지갑 그리고 정신머리만 챙기면 어떻게든 된다고. 이젠 그 정신머리를 더 상세하게 챙겨야겠다. 어떻게든 잘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