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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누가 들어도 특별한 원숭이띠 잔나비의 음악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 결과, 그 핵심은 시적인 공감,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경험, 그리고 환상과 동화적인 요소에 있다고 느꼈다. 이 세 가지는 익숙하지 않은 요소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잔나비의 음악은 여타 밴드와는 다른 독자적인 색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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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특징은 시적인 공감이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같은 대표곡에서 유독 잘 느껴지는 특징으로, 시적인 언어로 우리의 삶을 다정하게 비추며 위로를 건넨다. 다소 감상적일 수 있는 감정들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내는 감각이 독보적이다.

 

두 번째는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경험이다.

 

이 특징은 잔나비의 패션 스타일부터 음악 등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특징이다. 잔나비가 'The Beach Boys '나 ‘The Beatles’ 같은 클래식 록 밴드를 사랑한다는 점은 음악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She’, ‘Pony’ 같은 곡에서는 오래된 밴드 사운드의 향수가 강렬히 느껴진다.

 

일렉트릭 피아노나 색소폰, 다양한 효과음 등, 옛날 록 음악들에서 들을 수 있던 요소들이 잔나비식으로 소화 되어있다. 이런 음악을 한국어 가사와 함께 들으니 더 와닿고 더 반갑다. 이런 사운드는 평소 밴드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특히 최근 잔나비의 신보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이러한 레트로 감성을 가장 진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물론 시적인 가사와 복고적 스타일만으로 잔나비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는 이를 뛰어넘는 환상성과 동화성이라는 매력이 있다. < MONKEY HOTEL ><환상의 나라>앨범은 전체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구성돼 있다. 앨범 제목부터 아트워크까지 그 세계관은 치밀하고 풍부하다. 'Dolmaro’라는 곡의 가사를 보자.

 

언젠가 내가 잊혀진다면 I cry, I cry 돌마로 이곳으로 오세요 깜찍하지만은 않던 작은 내가 사는 곳 영원히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가사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첫 미니 앨범 < See Your Eyes > 당시에는 무언가 독특한 좋은 밴드 음악 느낌이었다면 1집 정규 앨범 < MONKEY HOTEL >부터는 독자적인 잔나비만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느껴진다.

 

평범한 밴드 사운드 위에 하나둘 얹어진 환상적인 요소들이 결국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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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외적으로도 잔나비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그들의 밴드 이미지와 함께 하는 ‘구닥다리 영웅들’들이 있다. 신드럼, 하은, 이준규, 문석민 등으로 구성된 세션 멤버들은 단순한 세션 그 이상이다. 잔나비와의 케미, 음악적인 도전과 변화는 공연마다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나며 라이브에서 놀라운 연주력과 시너지를 선보인다.

 

잔나비는 공연에 진심인 밴드다. 하나의 앨범, 컨셉으로 여러 번 공연을 해도 매번 세세한 요소들을 바꾸며 새롭게 구성한다. 2021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실제로 본 잔나비는 단순히 밴드 공연을 넘어 음악에서만 경험했던 환상을 무대 위에 구현해냈다. 다른 밴드들이 음악 중심의 무대를 선보였다면 잔나비는 마치 외국 페스티벌처럼 루루라라의 백보컬과 무대 미술, 마이크 스탠드 도색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며 관객을 ‘공연’이라는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누가 이렇게까지 해?” 싶은 그 ‘누가’가 바로 잔나비였다.

 

또 한 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이른바 ‘잔나비 세계관’이다. ‘She’ - ‘외딴섬 로맨틱’ -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 ‘밤의 공원’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 ‘슬픔이여 안녕’ 등의 곡들이 한 인물의 사랑과 이별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는 듯한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 동일한 화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일련의 이야기 같아 더욱 몰입된다.

 

잔나비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 사람이 무엇을 보고 듣고 자라왔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진다.  자신만의 언어로 과거의 감성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피워내며 익숙한 듯 낯선 현대적인 레트로를 만들어냈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따뜻하게 잇는, 구름다리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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