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첸 감독의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는 북한과 중국의 접경 도시인 연길의 혹독한 겨울 사이에서 길 잃은 세 명의 청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불안한 청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헤매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위로이다. 차가운 도시의 공기만큼이나 위태로운 그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청춘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작 중 배경인 연길은 국경 지대의 특성상 이국적인 풍경과 익숙한 일상이 뒤섞인 공간으로 주인공들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반영하는 듯하다. 완벽히 어느 곳에 속했다고 볼 수 없는 연길처럼 나나, 샤오, 하오펑은 모두 '이방인'처럼 이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고 가이드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나나
뚜렷한 목표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샤오
부모가 시킨 대로 성공을 위해서만 달려온 하오펑
세 사람의 만남은 마치 얼어붙은 바다 위로 던져진 돌멩이 하나였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파동에 불과했지만, 서서히 서로의 세계로 스며들어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낸다. 7일이라는 짧지만 꿈같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상처를 나누고, 감춰뒀던 감정을 조금씩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관계는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얼어붙은 내면을 마주하고 녹여내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 '브레이킹 아이스(Breaking Ice)' 즉 '얼음 깨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삶과 현실에 갇힌 채 꽁꽁 얼어붙어 있던 세 청춘은 만남을 통해 조금씩 마음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겪는다. 이는 감독이 말한 ‘물은 낮은 온도에선 얼음이 되지만, 얼음은 꺼내놓으면 순식간에 녹아 다시 물로 돌아간다는 원리를 인물들의 관계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각자를 가둔 현실의 벽과 내면의 고립을 돌파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연결되려고 시도한다.
'브레이킹 아이스'는 완벽하게 안정되거나 행복해지는 결말보다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 그대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마무리된다. 비록 영원하지 않은 관계일지라도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현실의 불확실함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에게 얼어붙은 자신을 깨고 나아갈 힘을 불어넣어주는 온기 가득한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