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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당시 내 친구들은 전부 미쳐 있었지만, 나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하이틴 드라마가 두 편 있다.

  

하나는 2009년 방영된 <꽃보다 남자>, 또 하나가 2011년 방영된 <드림하이>다.

 

내 친구들은 김수현과 수지, 아이유, 택연을 드라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반짝였다. 처음엔 소위 ‘항마력’이 떨어진다며 신 걸 먹은 표정을 짓던 아이들조차,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엔 온통 드림하이 얘기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이상하게 한국의 고등학교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물은 좀처럼 마음이 가닿지 않았다. 차라리 이때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면 더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나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판타지임을 전제하고 볼 수 있는 외국 하이틴 영화들이 더 익숙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 뮤지컬 <드림하이>를 본 것은, 드림하이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기보다 정말 한 편의 공연을 보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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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는 쇼뮤지컬로 구현되기에 최적화된 이야기다.

 

'꿈'이라는 테마는 전형적인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누구에게나 한 번쯤, 아니 어쩌면 한평생 붙들고 사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 꿈은 무엇이지?” “내 꿈은 아직 유효할까?” 이 질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보편성을 띠고 우리를 흔든다.

 

특히 '무대 위의 나'를 장난으로라도 상상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상이 현실화되는 장면들에 심장이 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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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이틴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은 얼마든지 ‘오글거릴 수 있음’에 있을 테다.

 

특유의 과장된 대사, 표정, 멋부림조차 장르적 미덕이다. 그래서 “킵 댄싱!”이라는 직접적인 응원이 이 세계 안에서는 결코 부끄럽거나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직선적인 메시지가 공연을 관통하며 관객에게 단단히 각인된다.


예전에 내 ‘최애’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는 잘생겼다는 팬들의 말에 “무대에만 오르면 그냥 잘생겨 보인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조명과 의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대에 오르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드림하이>의 결말이 결국 ‘무대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가 뭐래도, 실패를 하든 빛나든, 일단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드림하이는 말한다.

 

그러니, 킵 댄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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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강오혁 선생이었다.

 

정의롭고 학생 편에 서려는 따뜻한 어른. 내가 앉아 있던 옆자리 관객은 이날 오혁 선생을 연기한 김다현 배우를 보며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었던 분인데, 여전히 멋지다"라며 감탄을 감추지 않으셨다. 그 말을 듣자 배우와 배역이 겹쳐 보이며 더욱 몰입해 관람할 수 있었다.


반면, 주요 학생 캐릭터들의 열정에는 쉽게 이입되지 않았다. 아마 드라마를 보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인물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연습하는 장면은 분명 에너지가 있었지만, 그들이 무대에 서고 싶은 이유나 꿈을 향한 절실함이 뚜렷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솔로 넘버들이 보다 선명하고 다양했더라면 감정선도 활기를 띠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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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말미에 관객은 쇼케이스에 온 기자들이라는 설정 속에 놓인다. 통로로 내려온 배우들에게 명함을 받기도 한다. 이때부터 이머시브 뮤지컬처럼 무대와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몰입이 되고, 아쉽게도 그 정점이 하필이면 커튼콜 때다. “드림하이, 우린 꿈을 꾸죠” 드라마 OST가 마지막에 울려 퍼질 때면 나도 모르게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조차도 알고 있는 익숙한 멜로디다. 오리지널 넘버보다 주크박스 식의 뮤지컬로 구성하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에도 알맞고, 더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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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뮤지컬 <드림하이>는 드라마의 줄기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업그레이드된 후일담이 되겠지만, 처음 접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단절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캐릭터들이 이미 어떤 시간을 함께 살아낸 후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서사의 초반 몰입에는 분명한 격차가 있다.


물론 그 거리감은 쇼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느 정도 녹아든다. 복잡한 서사 없이도 ‘꿈’이라는 소재는 쉽게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비록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나의 10대를 추억하게 된다. 다만 삼연으로 돌아온다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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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에는 갓세븐의 영재가 출연해 외국인 관객 비율도 상당했다. 각자의 최애를 카메라에 담는 모습은, 실제 극 중 송삼동의 쇼케이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한 기린예고 교장 역을 맡은 박경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그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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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뮤지컬 <드림하이>는 2023년 초연 이후 호평 속에 일본 라이선스 수출을 이뤘고, 이번 시즌은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일본에서는 인기 가수이자 성우인 아오시 쇼타가 출연하며, 현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쇼뮤지컬 <드림하이>는 4월 5일부터 6월 1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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