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 중에 ‘그림책 만들기 7단계’라는 부분이 나에게 이 책을 보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작년에 수업 시간에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영상으로 올리는 과제를 했던 적이 있었고, 얼마 전에도 그림책을 활용하는 수업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흥미가 돋았기 때문이다. 또 공모전을 보다 보면 가끔 그림책 공모전도 몇 번 발견했었는데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제목에 나와 있듯이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크게 7가지 단계로 나누어 제공한다.
1단계. 그림책 산책
2단계. 아이디어 심기
3단계. 한 장면 싹틔우기
4단계. 이야기 가꾸기
5단계. 스토리보드 줄기 잡기
6단계. 그림 꽃피우기
7단계. 열매 맺기
단계마다 있는 설명과 실전 과제, 작가들의 대화를 읽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냥 읽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실전 과제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 길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가들의 대화를 통하여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말하는 듯이 주고받는 형식을 가진 책에는 잘 손이 가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두 작가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꽤 술술 읽혔다.
그리고 작가들의 대화를 읽던 중, 좋아하는 그림책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 부분이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발견했을 때 어떤 점이 좋은지 한 번에 깨닫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첫 느낌이 정확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옆에 두고 자주 보면 내가 이 그림책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돼요.
그림책에는 글과 그림, 이야기 등 관찰할 요소가 많아서 여러 번 들여다봐야 하죠.
74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에는 어떤 책이 있을지 떠올려보았다. 마침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그림책을 각자 가져와서 하는 활동을 해서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읽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여러 권이 있었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라던가, <구름빵>, <알사탕>,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똥> 등이 글을 쓰는 지금 떠올랐다.
이 책들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들은 그래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재미있다거나, 흥미롭다거나,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는 둥 말이다. 하지만 대체 내가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쥐가 나오는 책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인터넷에 찾아봐도 그 그림책이 나오지를 않는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기억나는 내용을 쳐봐도 다른 책들이 나오기만 한다. 시리즈로 나온 책 중에서 한 권의 책이었는데,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기억나는 부분을 이야기해 보겠다.
한 명의 화가가 어떠한 이유로(내가 기억을 못하는 부분인 것 같다) 잡혀 와서, 거꾸로 매달려진다. 화가는 어차피 죽을 거, 이렇게 매달려있다가 죽기 싫어 자신을 매달은 사람에게 한 손만 풀어달라고 한다. 고민하던 사람들은 어차피 한 손으로 무엇을 하겠냐며 딱 한 손만 풀어주고는 나가버린다. 그렇게 한 손의 자유를 얻게 된 화가가 팔을 바닥으로 뻗으니 손가락 끝이 바닥에 닿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죽기 전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화가는 바닥(흙바닥)에 손가락으로 쥐를 수십 마리를 그린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던 중 화가는 정신을 잃게 되는데, 잠시 후 바닥에 그려진 수십 마리의 쥐가 살아나 공중에 매달려 있는 화가의 몸 위로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화가를 묶고 있는 밧줄을 갉아 화가를 살려내게 되고, 떨어지는 충격에 정신을 차린 화가는 그대로 도망치며 이야기가 끝난다.
솔직히 지금 봐도 내가 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계속 생각나고 어떤 그림책이 좋냐고 물으면 바로 떠오르는 그림책이다. 계속 들여다보면 언젠가 어떤 점이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인지 알게 되는 날이 올까.
그리고 작가들의 대화를 읽다가 작가에게 특별한 그림책이 있다는 것과 그 그림책이 어떤 책인지 알게 되었다. 낯선 제목의 그림책이었고 이는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어떤 책일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지와 같이 말이다.
그림책에서, '그림'
처음에 말했듯이 나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출판까지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개인 소장만이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나를 머뭇거리게 한 것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이었다.
그림책에는 ‘그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림이 없다면 그건 그림책이라고 하지 못할 거다. 그러니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면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그림을 그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람이라면.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거나 어려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사람을 그리는 걸 유독 어색해했다. 구도를 맞춘다거나 건물이나 자연을 그리는 등에서는 크게 막막해하지 않았다. 동물은 사진을 보고 외견을 비슷하게 그리고 동작만 변경하는 축에서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아무리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그려도 그리다 보면 ‘아, 망했다.’라고 생각하거나 ‘진짜 어색해.’와 같은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워 결국 지우거나 묻어두거나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92-96p의 ‘작가들의 대화 3’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꼭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겠구나. 내가 만족하는 정도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림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나 그림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잘 다룰 수 있는 정도로만 그려도 괜찮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그림책을 하나 만들어 본다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그런 꿈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 이번 책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여전히 막막함만을 품고 우두커니 서 있었겠구나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