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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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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예술은 가까우면서도 조금은 먼 존재였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을 담아내면서도 어딘가 닿을 수 없을 듯한 그런 느낌.

 

수많은 장르와 깊이 있는 역사는 물론, 작가의 재능과 노력으로 쌓아온 미지의 세계가 어쩔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예술을 향유하는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유난히 익숙한 하나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타로에서? 광고에서? 아니면 좋아하던 만화에서? 머릿속 수많은 일상 속의 조각들이 흘러가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친근함이 묻어나는 정교하고 섬세한 화려함의 출처는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였다.

 

지난 3월, 아르누보의 거장 알폰스 무하의 원화전이 개최되었다. 알폰스 무하는 체코 출신의 화가로, 독창적인 스타일인 ‘르 스타일 무하’로 특정 시스템이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아르누보’ 예술 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정신적 메시지나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며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를 보였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하가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것이었다. 무하는 자신만의 섬세한 선과 감각 있는 색을 이용해 다양한 홍보성 작품을 만들어냈고, 지루한 도시를 하나의 멋진 ‘야외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이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하의 그림이 주는 인상은 ‘섬세함과 친절함’이었다. 한눈에 담기는 ‘작품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의도’는 예술을 잘 모르는 평범한 관람객도 전시를 쉽게 감상하며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도슨트의 전시 해설과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를 따라가며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황도 12궁 ZODIAC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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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 12궁은 아르누보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포스터 아트로, ‘르 스타일 무하’의 정수를 보여준다.

 

12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원형은 마치 만다라처럼 정교하고 상징적이며, 이는 천문학, 신화, 점성술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되며 신비롭고 매혹적인 느낌을 발산한다. ‘화려함’과 ‘정교함’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이 작품은 영국의 비누 세정제, 한국의 타로 등 다양한 활용성을 가지고 현재까지 재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황도 12궁의 가격은 얼마였을까? 황도 12궁은 당시 40프랑으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 부르주아를 제외한 서민의 한 달 월급은 50프랑 정도로, 닿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가격의 작품들과 달리, 조금만 돈을 모은다면 구매할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상업성 있는 작품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페르펙타 자전거 CYCLES PERFECTA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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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펙타 자전거는 1902년 영국 자전거 브랜드의 프랑스 진출을 위해 만들어진 광고 포스터로, 손잡이 이외에는 자전거의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광고로 인해 자전거는 불티나게 팔렸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있다.


당시 자전거는 기능과 성능을 중시한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백화점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페르펙타 자전거’ 홍보 포스터는 차원이 다른 메시지를 소구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자전거를 타면 마치 포스터 속 멋진 여성이 될 수 있다는 듯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알폰스 무하는 실력 있는 화가이기 이전에, 재능있는 광고인이 아니었을까.

 

 

 

네 개의 보석 –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 PRECIOUS STONES – AMETHYST, RUBY, EMERALD, TOPAZ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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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의 상업 예술 그 이후의 이야기와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은 3부, 무하 오디세이에서 나오는 네 개의 보석 –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는 무하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화려한 그림이다. 이 작품은 무하의 장식화 스타일이 절정에 달한 시기로, 이 시기의 무하는 상업 미술이 아닌 순수 미술을 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보석을 의인화한 여성의 형상 4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하나의 여성이 각 보석을 상징하고 있다. 자연물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무하의 철학은 물론, 상징과 예술의 조합은 많은 예술가의 귀감이 되었다. 실제로 해당 그림은 일본의 유명 만화 ‘세일러문’과 ‘카드캡터체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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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점 중 단 3점만 논해도 끝이 없는 알폰스 무하의 세계. 화려한 작품성과 작가만의 진정성에 흠뻑 젖어 여운을 따라 걸으며 전시를 감상했다.

 

올해 들어 본 가장 즐거웠던 전시, 알폰스 무하 원화전은 7월 13일까지 서울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된다. 포토존과 굿즈샵은 물론, 도슨트의 해설까지 완벽한 이번 전시를 통해 무하의 화려함에 취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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