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보낸 6개월 간의 짧은 회사 생활이 끝난 후 다음 장을 넘기기 전 작은 쉼표를 달아볼까, 하고 혼자 교토로 떠났다.
일주일 전 계획해 혼자 훌쩍 떠난 이번 여행의 목표는 첫째가 커피요, 둘째가 당고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제법 미식 기행에 가까웠다. 커피의 도시로도 유명한 교토에는 특히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카페들이 많았는데, 특히 커피가 만들어지는 여러 공간들을 체험하고, 서로 다른 원두의 향을 음미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여행을 핑계 삼아, 저장해 둔 카페 곳곳을 부지런히 방문하며 교토의 수많은 커피를 맛보았고, 이렇게 커피를 매개로 경험한 교토는 나에게 짙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번 ‘커피 기행’에서 손수 골라 방문했던 카페와 그곳에서 맛본 커피를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토리바 커피
토리바 커피는 도쿄 긴자에 처음 터를 잡은 로스팅 카페이다.
충분한 조사를 바탕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빈티지한 매장 인테리어, 그리고 다양한 원두를 드립커피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자연스럽게 일정에 추가했다.
구글 맵에서 본 것과 같이 카페 내부는 마치 버블 시대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인상을 풍겼다.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 아래 조용한 홀을 가로질러 친절하고 단정한 직원 분이 역시 차분한 말투로 메뉴판을 건넨다. 주방 한쪽에는 커다란 주전자에서 드립커피를 내리기 위한 뜨거운 물이 한 솥 끓고 있다.
클래식한 빈티지한 분위기와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내부가 매력적이었다.
창밖으로는 바로 나무가 한 그루 보였는데, 미처 꽃이 다 피기 전의 벚나무 같아, 벚꽃이 만개한 봄의 한가운데 다시 방문하면 참 예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두 추천을 받아 따뜻한 드립 커피 한잔, 그리고 함께 곁들일 간식으로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정성스럽게 내리는 드립 커피의 향이 퍼지기 시작해, 기다리는 내내 가게 안을 메웠다.
일곱 가지의 원두 중 고민 끝에 고른 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추천받은 ‘Hawaiian Kona Only But Complicated’로, 토리바 커피의 유일한 싱글 오리진 커피라고 한다. ‘하와이안 블렌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원두가 두 종류나 되는 것으로 보아, 코나 커피를 주로 취급하는 듯했다. ‘Hawaiian Kona Only But Complicated’는 묵직하고 깊은 맛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진한 커피였다. 쌉싸름한 첫맛과 고소한 커피의 향기가 어우러져 입과 코를 가득 채웠다.
에그 마요 샌드위치(타마고산도)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양념을 위해 추가된 소금과 후추가 간간히 씹히며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준다. 있는 듯 없는 듯 약간의 겨자 내음도 느껴지는 듯했다.
오래된 LP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악을 들으며 한 시간 가량 커피와 샌드위치를 음미했다. 일상과는 동떨어진, 완전히 다른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기분을 느끼며 온전한 쉼을 즐겼다.
나오면서는, 커피를 주문하기 전 고민했던 다른 원두인 ‘Acid House Mix’ 원두를 한 봉지 구매했다. ‘산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블렌드를 마시면 산미 있는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는 다소 자신만만한 설명이 뇌리에 남았던 원두였다. 평소에도 가볍고 산미 있는 원두의 맛을 선호하는 나는, 이 원두를 지나치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 쏙 드는 공간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일은 늘 새로운 행복감을 선사한다. 교토에 방문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한 번쯤 토리바 커피에서 잔잔한 행복을 채우고 가기를 추천한다. (도쿄에 위치한 본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