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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재즈 공연을 보고 왔다.

 

사실 나는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다. 매달 구독해놓은 음악 앱이 무색하게, 일할 때 적당히 집중하기 위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재생하는 것 외에 따로 노래를 찾아 듣지 않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르가 있는데, 바로 재즈다.


처음 재즈가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몇 년 전 쳇 베이커의 음악을 접했을 때였다. 당시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이 쳇 베이커를 즐겨 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그의 대표곡을 들어보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I fall in love too easily’였다.

 

쓸쓸하고 감미로운 보컬과 잔잔히 흐르는 연주에 순식간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마음이 간질거리고 귀가 녹을 것 같았다. 재즈가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그때부터 재즈와 보사노바를 종종 찾아 듣기 시작했다. 유난히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한번쯤 재즈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마침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게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감상한 재즈 공연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조에 파스칼의 드럼 비트에 가슴이 뛰었고, 파커 맥앨리스터의 베이스는 명치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으며, 마티스 피카드의 맑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은 머리카락과 귀를 간질이는 것 같았다. 과하게 감상적인 것 같지만, 정말, 그랬다.


마치 취기가 오르는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첫 곡 ‘Hello’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지나치게 좋으면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인상을 쓰고 무대를 흘겨 보며 리듬을 탔다. 주변을 보니 재즈 공연을 많이 감상해본 듯한 관객들이 고개와 발을 까딱거리고 상체로 작은 그루브를 타면서 즐기고 있었다. 처음엔 놀랐지만 나도 곧 그들의 문화에 섞여 들어 리듬을 탔다. 눈치 볼 것 없이 온몸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마티스 피카드 트리오 역시 온 영혼으로 연주에 심취해있다는 게 보였다. 고개로 리듬을 타는 것은 물론, 서로 눈짓과 미소를 주고 받으며 합을 맞춰 갔다. 특히, 마티스 피카드의 자유롭고 대범한 몸짓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연주 도중 팔을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보는 이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합주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툴게나마 기본 드럼 박자만 치고 있었던 내 연주 위로 친구들의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얹어졌을 때 얼마나 짜릿했었는지. 어설픈 연주들이 합쳐졌을 때도 그랬는데, 누구보다 현란하고 감미로운 합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저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들은 관객과도 스스럼없이 교감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곡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해주며, 어떤 식으로 감상하면 좋을지 힌트를 줬다. 덕분에 나처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몰입하며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때로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Is this love’를 연주할 때는 관객들이 직접 멜로디를 부르도록 유도하며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참여시켰다. 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페스티벌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번 마티스 트리오의 공연 덕분에 재즈라는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았다. 음원을 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채롭고 풍부한 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재즈라는 장르를 조금 더 디깅해봐야 할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마티스 트리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이번보다 더 깊고, 더 넓게 감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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