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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국립정동극장] 적벽_공연사진_4.jpg

 

 

삼국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도, ‘적벽대전’의 명칭은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전쟁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판소리 뮤지컬 <적벽>을 관람하였다. <적벽>은 1368년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의 발간 500여 년 후, 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불렸던 판소리 ‘적벽가’를 원전으로 제작되었다.

 

판소리를 원전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적인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벽>은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여 쟁탈전을 벌이던 한나라 말 무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공명, 조자룡 등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남성 인물들을 젠더프리 캐스트로 진행하여 더욱 입체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무대의 세트가 깊었고 흰 배경임에 따라, 세트 위로 조명이 비출 때마다 조명의 색에 집중하여 관람할 수 있었다. 스토리 상, 산기슭이나 절벽과 같은 자연물이나 지형들이 묘사되는 씬이 나올 때면 무대의 흰 배경과 조명 그리고 안쪽으로 깊이감을 주는 구조가 더욱 작품에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국립정동극장] 적벽_공연사진_2.jpg

 

 

<적벽>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안무 퍼포먼스일 것이다.

 

‘적벽대전’이 소재인 작품이니만큼, 역동적인 안무를 통해 군(軍)이 이동하는 모습이나 말을 타는 모습 등을 묘사하였다는 것이 극의 볼거리를 증가시켜 주었다.

 

부채를 활용하는 안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적인 ‘부채춤’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한국의 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삼국지는 중국의 고전이긴 하지만, 한국의 판소리와 국악까지 섞이며,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것이 <적벽>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관우가 조조를 처단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조조에게 받은 대접을 무시하지 않은 채, 조조를 살려 보내주는 씬이었다.

 

관우는 장수이기에 상하관계가 뚜렷한 군 내에서 하달받은 명령을 뒤집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우가 본인의 소신과 신념에 따라 조조에게 한 번쯤 다시 기회를 준다는 지점은 우리에게 인간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며, 현재는 많이 사라져 버린 가치인 관용에 대해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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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은 현재까지도 지혜로운 리더이자,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보여준 자비와 현명한 선택들은 리더라면 어떠한 결정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또한 던지는 듯하였다.

 

제갈공명은 조조를 살려준 관우의 결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속뜻을 읽으려 노력하여 관우의 뜻을 존중한다. 이처럼 제갈공명은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도자의 위치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불안했고, 안정적이지 못한 몇 달간의 시간을 보내온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도 리더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추웠던 12월을 지나,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는 올 4월까지 리더의 한순간의 결정은 전 국민을 가슴 졸이게 했다.

 

이 시점에서 <적벽>을 통해 리더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소양은 어떠해야 할지 숙고해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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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4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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