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말은 반려견을 키워보지 않았던 사람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한, 개는 자신을 돌보아준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그러하다. 이처럼 인간을 사랑한 우주탐사견이 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파견된 우주탐사견 라이카가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 <라이카>는 소련의 우주탐사견 라이카의 실화 모티브와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 인물들이 등장하여 소설 속 세계관을 함께 접목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라이카는 떠돌이 개였지만, 말을 잘 듣고 훈련을 잘 이겨냈다는 이유로 발탁되어 인간에 의해 실험체로서 우주로 보내졌다. 라이카는 인간을 잘 따랐는데, 특히 자신을 돌보아주던 보조관리인 ‘캐롤라인’을 사랑했다. 우주로 보내져 B612 행성에 당도했던 순간에도 라이카는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캐롤라인은 자신을 만나러 올 것이란 믿음을 꺾지 않는다.
인간을 신뢰하고, 사랑하던 라이카와 대비되는 인물인 ‘왕자’는 인류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인물이다. 그는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살생하는 인간들, 그리고 그 전쟁 속에서 왕자가 사랑하던 조종사 또한 잃게 되어 인간에겐 걸어볼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라이카는 인간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지점은 라이카와 왕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의 차이점이었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라이카와 왕자가 인류를 살려둘 것인가, 모두 없애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견 대립을 보여주는 씬에서 나타난다.
라이카 또한 왕자처럼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존재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캐롤라인과 닮은 인공지능 로봇 ‘로케보트’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자는 말 뒤로 마음속 짐이 존재했던 ‘장미’의 영향으로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인간을 모조리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상처받고 배신당한 마음에 근본적인 치료 방법인가에 대한 고민은 무대를 넘어 관객에게까지 당도하게 된다.
결국, 라이카의 선택은 인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의미에선 라이카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지는 면모를 보여주며, 일종의 성장을 이뤄낸다. 무작정 신뢰하는 태도로 시작하여 몇 번을 더 기다려주고, 기회를 주는 인내심. 그것이 라이카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도록 한 마음 아니었을까. 작품 속 등장하는 초반 넘버 중, ‘기다려’라는 넘버가 존재한다는 점 또한, 언제나 인간에게 기다림을 명령받던 실험체 라이카가 인간을 기다려주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으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라이카, 왕자, 로케보트, 장미를 통해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서 우리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라이카를 사랑하고 아껴주었지만, 그 또한 인간을 위해 동물을 소비하듯 다루는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었던 캐롤라인처럼 인간은 단편적인 하나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인간은 스스로를 되짚고, 되짚음의 결과를 통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 <라이카>는 5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