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순을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 안진진의 복잡한 감정선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점차 넓혀갔다. 처음에는 안진진의 모순적이고 직설적인 태도에 혼란을 느끼고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과 현실적인 강인함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자신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녀가 담담하게 살아가는 태도 자체를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삶 속 모순적인 면모는 결국 인간적인 삶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했다.
책 곳곳에서 안진진의 '모순'적인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들이 있다. 이모는 존경하지만, 어머니는 창피해하는 모습에서는,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른 삶을 선택한 두 사람을 대하는 진진이의 이중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두 남자를 저울질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비판적으로 보면 비겁하고 예의 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아버지를 은근히 멋지게 생각하는 부분은, 철없고 무책임한 아버지를 비난하면서도 그 자유분방함에 끌리는 감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적인 감정선은 결국 '완벽한 답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진이는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감정에 이끌려 모순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사랑을 부정하면서도 사랑에 빠지고, 부모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진진이가 자신의 모순을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정답을 찾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한다. 삶이란 원래 모순적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성장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이 살아왔던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성공을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아무리 작은 도전일지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런 이유로 이 구절이 내 마음에 깊이 울렸다. 하지만 진진이는 나와는 반대였다. 결국, 처음에 품었던 신념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이 구절에서 내가 느낀 점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오래 기억하는 경향에 대한 공감이었다. 나 역시 엄살이 심하고, 가끔 이기적인 면도 있다고 느끼며,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더욱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사람들의 장점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더 많이 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상심하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사는 일에 대해 어머니는 이제 완전히 철인의 무사가 된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첫눈 따위 오거나 말거나 아무래도 좋았다.
진진이가 어머니를 인정하는 순간을 보는 게 좋았다. 어머니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바라보게 되면서, 그런 사람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낙천적인 이모와는 다른 면에서, 어머니의 강한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강인한 성격을 통해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안진진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혼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결말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꿈과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그녀에게 결혼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걸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과정이기에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각기 다른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그 길에서 성장하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