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리드의 장편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은 한 소녀가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봄을 생각하는 한 명의 사춘기 소녀, 조금 이르게 복숭아가 만개할 여름을 기다려본다.
토리의 사춘기(思春期)
『흐르는 강물처럼』은 1940년대 미국 콜로라도주의 아이올라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빅토리아(이하 토리)는 어머니를 일찍이 사고로 여의고, 가정의 유일한 여성이 되었다. 순진한 소녀도, 어엿한 여인도 될 수 없는 처지에서, 그녀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성장해야 했다. 사춘기는 봄을 생각한다는 의미지만, 여름날 익어가는 복숭아를 생각하기도 벅찬 것이 토리의 삶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토리의 단조로운 일상을 뒤흔든 존재가 바로 윌슨 문(이하 윌)이었다.
그는 탄광의 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올라까지 떠내려온 이방인이었다. 큰길 하나뿐인 작은 마을, 여인숙을 향해 걷는 윌을 따라 걸으며, 토리는 처음으로 '끌림'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속절없이, 그녀는 윌과 사랑에 빠진다.
토리의 조용한 호수 같은 삶에 윌이 돌을 던졌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흐르는 강물처럼』 中
그의 선언적인 말은 정체된 토리의 삶의 막힌 담을 허물고, 곧이어 찾아올 변화에 대한 암시하는 것이었다.
반전(反戰)과 반전(反轉)
이 소설의 배경에는 당시 미국 사회의 역사적 현실이 짙게 깔려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는 여성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전쟁의 그림자는 삶의 방향을 뒤흔든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삶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피상적인 의미를 넘어, 시대적 억압과 개인의 자유, 그리고 자연이 던지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여름을 기다리며
출간 1년을 갓 넘긴 이 소설을 예비 독자들에게 소개하며, 이야기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싶다. 책의 내용을 더 풀어 쓸 수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선사할 감동을 미리 줄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매 챕터마다 흐르는 강물처럼 눈물을 흘렸던 한 명의 독자로서 말이다.
이 책의 향취를 더욱 깊이 느끼고 싶다면, 다가오는 늦여름과 초가을을 위해 아껴두기를 권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서사의 힘도 뛰어나지만,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여름, 잘 익은 복숭아 하나를 곁에 두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읽어보면 어떨까.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살짝 떫을지라도 헤어나올 수 없는 복숭아 같은 삶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이 있다면, 바로 ‘복숭아’다. 토리가 윌을 향한 사랑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방황하며 내려야 했던 선택들은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인생과 닮아 있다. 그녀는 복숭아나무처럼 뿌리를 내리려 하지만, 동시에 흐르는 강물처럼 변화하고 성장해야 했다.
결국, 『흐르는 강물처럼』은 우리에게 말한다. 삶이란 강물과 같아서 붙잡으려 하면 흘러가 버리지만, 흐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온전한 삶이 된다고.
["사랑하기 위해서 용서할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상처투성이 여성을 주제로 한 멋진 이야기다."] - 『흐르는 강물처럼』, 애드리아나 트리자니의 추천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