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떤 필름을 사용할지, 일회용인지 다회용인지, 어떤 기종을 쓸지, 어디에서 어떻게 현상할지. 또, 이 선택지 안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후지 필름은 초록색과 분홍빛 또는 보라빛이 특징이고, 코닥 필름은 노란색과 따뜻한 빛이 감돈다. 필름의 종류가 단 두 가지만 있었다면 마음이 조금 편했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기에 영화용 필름, 흑백 필름 등 여러 가지 필름이 존재한다.
순서대로 흑백 필름, 코닥 컬러200 필름이다.
필름을 고르고 나면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할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다회용 카메라는 자동과 수동으로 나뉘는데, 조리개와 플래시, 빛의 양을 조절하는 수동 카메라를 선택할지, 간단한 설정만 하고 카메라에게 맡기는 자동 카메라를 사용할지, 혹은 플래시와 셔터에만 의존하는 가벼운 일회용 카메라를 쓸지 고민해야 한다.
이 사진은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뷰파인더로 본 모습과 달라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자, 이제 카메라를 선택하고 심혈을 다해 필름 한 장 한 장을 아껴 가며 순간을 담으면 필름이 감기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수동을 골랐다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조리개, 초점, ISO를 여러 방면으로 신경쓰며 찍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또 선택해야 한다. 작성자가 이용하는 을지로의 현상소 <망우삼림>에서는 노리츠 스캐너와 후지 스캐너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경험상 후지 필름은 후지 스캐너로 현상했을 때 색감이 더욱 또렷했고, 후지 필름을 노리츠 스캐너로 스캔했을 때는 묘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을지로에 위치한 <망우삼림> 현상소
이제 사진이 현상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쯤 읽었다면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사진을 받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요즘은 사진을 찍기 위해 구매하고 기다리는 과정 없이, 스마트폰으로 필름카메라 스타일의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심지어 촬영한 사진에 필터를 적용해 필름 사진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심혈을 다해 찍고 기다린 사진은 초점이 나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고, 빛이 부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뷰파인더로 본 장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아름다운 순간이 기막히게 담길 때도 있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 분노, 좌절보다는 오히려 재미, 웃음, 행복, 그리고 소중함에 가깝다.
대체 왜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걸까?
나는 번거로워 보이는 과정 속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은 처음에는 너무 귀찮고 어려웠다. 그저 예쁜 사진을 찍고 싶을 뿐인데, 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약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완성된 사진을 볼 때마다, 선택의 순간들이 사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으로 툭 찍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필름 장수 안에서 더 신중하게 순간을 담으려 노력하는 과정의 재미. 셔터를 누르고 초점을 맞추며 조리개 값을 돌리는 과정 속 느껴지는 조작감. 필름, 촬영, 현상 단계에서 내가 선택한 것의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 과정들이 쉽게 찍고 지우는 디지털 촬영방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감성이자 가치라 생각한다.
선택과 기다림이 고통이 아니라 재미가 되는 것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