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LA를 혼자 방문했다.
20대 여성이 LA를 혼자 방문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세븐틴 민규의 LA 브이로그를 보고 뜬금 없는 자신감을 얻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내게는 몇몇 작은 도전이 있었다. 뮤지엄 방문하기, 여행 콘텐츠 제작하기 등 여러 작은 도전이 있었지만 나의 가장 주된 관심사였던 뮤지엄 방문 도전기를 아트인사이트에 소개한다.
뮤지엄은 단순히 문화의 집합체가 아니라, 문화 자체를 박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뮤지엄에서는 지역의 문화를 온전히 경험할 뿐 아니라 학술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여행에서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간 <더 브로드>와 케이팝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LA 그래미 뮤지엄을 방문하였다.
<더 브로드>는 미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제프 쿤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바스키아 등 미국 현대 시각예술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더 브로드>가 특별한 이유는 상설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여 누구나 가격 장벽 없이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디즈니 콘서트 홀’과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을 함께 방문하며 LA 예술의 중심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는 LA 필하모닉이 상주하고 있어 공연 일정에 맞춰 방문하면 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LA 그래미 뮤지엄에서는 하이브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의상과 프로듀싱 과정을 통해 케이팝의 매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었다. 빅히트에서 하이브로의 변화, 인수합병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역사를 다룬 전시였으며,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케이팝의 특징을 활용해 구성되었다. 세상에 단 한 장뿐인 경품 폴라로이드, 한국식 노래방, 포토부스, 랜덤 플레이 존 등 케이팝 팬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였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케이팝을 단순히 음악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풀어낸 영리한 전시라고 느꼈다. 흥미로웠던 점은 관람객들의 다양성이었다. 인종과 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고, 이를 통해 케이팝이 이제는 전 세계적인 서브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뮤지엄 굿즈샵에서는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굿즈가 판매되고 있었으며, 이는 LA에 있는 케이팝 팬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케이팝 외에도 힙합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미국 음악의 정수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의미를 되새길 이유를 찾지 못했을 뻔한 것들에도 '작은 도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그것들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문화'라는 큰 주제 안에서 세워진 작은 도전을 통해 알찬 여행을 보낼 수 있었다.
두 개의 뮤지엄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콘텐츠가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미국 뮤지엄의 큐레이션과 문화의 수용 방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작은 도전을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며 기록하지 않으면 붙잡지 못할 이야기들을 매체에 담아둘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