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
분명 세상은 발전해가고 있고, 과거의 사람들이 꿈꾸던 것들이 실현되고 있다. 음악은 귀족들만의 사치스러운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작은 강낭콩 하나를 양쪽 귀에 꽂고 길을 걸으며 원하는 음악을 한국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매일 출근 전에 새벽에 학원을 가야만 하는 회사원의 시간을 지나, 출근길에 손에 든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한 스와이프와 터치로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학습할 수 있다.
사회의 기술적 발전은 우리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묻는다면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분명 신문물들이 우리의 즐거움과 기쁨을 취하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음에도 현대인의 마음 상태는 과거에 비해 좋지 않은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통계를 살펴보면, 우울증 진료 인원은 9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 상승한 수치이며, 불안 장애 진료 인원은 87만 명으로 20-30대가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수면 장애의 경우는 진료 인원 115만 명으로 매년 평균 12% 상승하고 있다.
낮과 밤으로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할 일에 쌓여 자신의 내면을 돌볼 시간조차 없다. 기술 발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스트레스의 폭풍 속에서 무엇도 제대로 해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내면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미소를 잃고 어느새 황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황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심리 상담을 해보면 많은 경우 왜 정신 건강이 나빠졌는지, 심리 상태가 왜 불안한지 설명을 듣는 시간이 해결 방법을 듣는 시간보다 길다. 하루빨리 나은 마음 상태를 만들고 싶은 환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어떻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여기 ‘필 스터츠’와 ‘배리 마이클스’가 준비한 책 <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당신은 고통보다 강하다>는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원하는 인생, 꿈꾸는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네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① 본인이 세운 벽 안의 안전지대에 스스로를 가두어, 안전만을 추구하며 고통을 회피하고 성장하기를 포기하는 문제. ② 타인을 향한 분노에 미로처럼 갇혀 버린 문제. ③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 본인의 모습인 그림자를 부정하며 생겨난 내면의 불안 문제. ④ 먹구름 같은 부정적 사고에 집중하여 습관처럼 걱정하는 문제.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상담가인 필 스터츠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환자가 내면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힘을 활용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마음가짐은 행동을 다스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특정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특정한 문제와 싸우기 위한 ‘특정한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방법’이 책에서 소개하는 ‘툴’이고, ‘특정한 순간’이 툴을 실행해야 하는 ‘큐’이다. 책은 사람들이 겪는 네 가지 근본적인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툴의 역할을 소개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다.
① 안전지대를 넘어서기를 피하는 회피 성향을 극복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생각을 ‘욕구 뒤집기’ 툴을 활용하여 마주한다. ② 세상 사람들이 당연히 공정하게 대우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 억울함과 분노로 갇힌 미로를 ‘능동적 사랑’ 툴로 벗어난다. ③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불안의 원인, 그림자를 숨기지 않고 ‘내면의 권위’ 툴을 통해 그림자와 하나 되어 행동한다. ④ 현실 인식을 먹구름처럼 뒤덮고 있는 부정적 사고와 걱정을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내려놓고, ‘감사의 흐름’ 툴을 이용하여 현실을 다시 바라본다.
작가들이 다년간의 심리 상담 경험으로 환자들과 함께 개발한 네 개의 툴이 책의 중심 내용이지만, 다섯 번째로 소개되는 끈기의 툴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학습법만큼 중요한 것은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인내심이다. 내면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툴이 필요하지만, 툴을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끈기와 의지력의 부족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네 개의 툴을 활용한다. 작가는 툴을 실천하다 보면 마법처럼 언젠가 툴을 실천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착각이 생긴다고 주의를 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든다. 우리의 착각은 마치 집안일로 비유했을 때 저절로 청소되어 늘 깨끗함이 유지되는 주방에 대한 환상이다.
매일 주방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면 당연히 깨끗했던 주방은 식재료들과 요리 도구들로 어질러진다. 다시 정돈할 시간이 필요하다. 주방의 자연스러운 형태이고,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꾸준히 청소해야 한다. 왜 툴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시였다.
밤에 양치질하고 잠에 들어도 다음 날 아침에 양치질하며 하루를 다시 시작하듯, 각 툴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꾸준히 툴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툴을 쓰면서 익숙해지면 처음보다 수월하게 툴로 마음과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습관처럼 편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툴을 건너뛸 수 있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더 이상 툴을 사용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 작가는 ‘위험 자각’이라는 툴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먼 미래 죽음을 앞둔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한 위기감을 미래의 자신이 현재에게 외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위험 상황을 맞으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큰 에너지를 발휘한다. 과제 마감을 앞둔 대학생이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떠올려보자.
매 순간 우리가 잃을 위험이 있는 대상이 있다. 바로 우리의 미래이다. 현재의 우리가 툴을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는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현재를 낭비하지 않음으로 미래의 자신을 스스로 구해내는 것이 작가가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끈기의 툴이다.
이 책은 내가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만난 책이고 나의 생각과 많이 닮아 있다.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하는 ‘삶의 고통은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메시지는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내가 다시 일어설 힘을 주며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이다. 세상은 어렵다. 책 제목처럼 고통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과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잘 살고 싶은데, 열심과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인생을 살기 힘겹다.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주어진 상황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단 하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이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대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다. 어려운 세상을 피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러려고 시도한다면 우리 안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작가가 300쪽 넘게 이야기하는 초월적 힘에 대한 믿음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어느 정도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들 초능력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나. 과제를 마감 직전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중요한 평가를 앞두고 기존에 측정되었던 능력으로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안의 잠재력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것이 아닌, 직접 느껴 실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도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는 인생을 살아감으로써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힘이 존재한다.”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내면의 힘을 한번 믿어보자.
툴은 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시킨다. 세상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되돌린다. 눈앞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들은 나를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만들고, 결국 더 많은 순간 기꺼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당신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